천세영 /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본지 전문위원

새 정부의 코드 중 대표적인 것 하나는 지방대학살리기로 알려져 있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얼마 후에 발족할 국가교육혁신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는 중요한 과제로 취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구체적 방법론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묘안이 나와 있지 않다. 막연히 지방BK21 정책이나 지방대학과 기업간의 산학연 콘소시엄같은 형태로 R&D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들이 제안되고 있으나, 이러한 것들은 지방대학의 사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기존 정책의 복사판들이라는 감을 지울 수가 없다. 좋은 대안은 그 정책의 직접적 대상자들의 필요에 대한 정확한 인식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 지방대학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다 알다시피 학생수 모집난이다. 다시 말해서 지방의 학생들이 지방에 남지를 않고 서울로 학교를 간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서울에 집중된 취직 자리와 그러한 취직자리를 얻는 데 유리한 서울소재 대학들이다. 그러므로 그 대안은 당연히 지방에 취직자리를 많이 만들고 지방소재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이 두가지 정책은 모두 한 두 해 안에 성취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며, 교육정책 하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정책을 추진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며, 국가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으며, 교육정책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정치 등 제반 정책들이 그야말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틀 안에서 수립되고 집행되어야 할 것들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틀에서 추진되어야 할 일 외에 보다 직접적이고 단기적인 처방도 필요한데, 이러한 처방은 지방대학생 들의 긴급한 필요를 찾아서 해결해주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방대학생들이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것은 말할 바도 없이 학업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지원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재정적 지원 정책 중에서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지원책이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정책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장학생 선정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정책적 난점들로 인해 항상 최선의 대안만은 아니었다는 것이 오래된 교훈이다. 또한 장학생 정책은 개별대학들의 경쟁력과 관련된 정책수단이기 때문에 국가가 지나치게 깊게 개입하는 것도 반드시 옳다고만 볼 수 없다. 이제 보다 광범위하게 지방대학과 지방대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 수단을 찾아볼 필요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지방대학 기숙사촌 건설이다. 지방대학기숙사촌 건설의 기본 아이디어는 지방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거점을 중심으로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협력하여 집단 기숙아파트촌을 건설하고 저렴한 값에 대학생들의 숙식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 정책의 필요성과 또 그것이 가져다줄 수 있는 효과를 몇가지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대학 재학생들의 학비에서 차지하고 있는 하숙비 비중이 점점 큰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종전에는 수도권으로의 유학비용만을 생각했으나, 이미 그 때부터 대학은 항상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대처에 있었으며 이들의 하숙 문제는 항상 큰 짐이었음에도 그동안 서울유학만 부각되어 왔다고 보아야 한다. 둘째 개별대학의 기숙사 건설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으나, 특정 대학의 선정에 따른 오해와 시비 발생 우려, 대학 내 부지 확보 문제 등 복잡한 사정이 얽히게 된다. 통학이 가능한 거리 내에 집단 기숙사촌이 들어선다면 지방대학생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시비는 자연히 없어질 것이다. 셋째 지방대학 기숙사촌 건설은 민자 유치가 가능하며 지방의 건설 경기 부양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공공택지를 개발하여 제공하고 중앙정부는 필요한 건축비를 부담하고 부족한 부분은 민자를 유치한다면 재정은 비교적 쉽게 해결될 것이다. 민간건설회사는 지방자치단체와의 장기 임대계약을 통해 건축비의 부족 부분을 채울 수 있다고 보며, 회사는 충분히 투자 수익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지방정부는 자연스럽게 지방 소재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지원 역할을 담당하게 됨으로써 자치단체로서의 책무성을 제고할 수 있게 되며 이를 기치로 하여 다른 형태의 다양한 정책 참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참여 정부가 기획하고 있는 산학연관 협력모델을 통한 지방대학살리기 정책의 한 아이템으로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지방대학 기숙사촌은 새로운 대안이다.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소재지역 대학들에 대한 지원은 못하면서 오히려 서울 유학생들을 위한 기숙사 건립에 힘을 쏟았던 발상을 전환하여야 한다. 역사 이래로 대학의 발전은 지역 발전의 견인차가 되어왔음을 상기할 때 지방정부가 이제는 적극적으로 지방대학 발전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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