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측 KT 통신구 공사 후 대학 박물관 등 건물 파손 주장, 책임 소재 소송 7년

국립 부경대와 대기업인 KT가 대학 박물관 파손의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7년간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진귀한 해양수산 표본의 전시메카로 꼽히던 부경대 박물관의 값진 전시물들이 전시공간이 없어 창고에 쌓여 곰팡이가 피는 등 유실 위기에 처해 있다. 부경대측에 따르면 지난 1996년 KT가 부산 대연동 부경대 인근 대로변에 시행한 지하 통신구 공사. KT가 지하갱구 공사를 하면서 다량의 지하수를 뽑아내는 바람에 일대 지반이 압력을 상실해 침하, 인근 부경대 박물관 건물 전체에 갑자기 균열과 비틀림 현상이 일어났다. 박물관과 같은 선상에 있던 공대 부속공장, 정문 문주, 양어지 등도 균열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KT측이 박물관 등 균열이 자신들의 공사 탓이 아니라고 발뺌하는 바람에 피해보상 문제는 법정으로 비화됐다. 그러나 KT측이 박물관 등 건물의 균열 원인으로 제기한 것은 부경대 신축 공학관 공사. 그러나 2001년 7월 부산고법이 선정한 감정인인 대한토목학회의 감정결과 ‘부경대 신축 공학관 공사시 파일공사 등에 의한 진동의 피해는 전혀 없으며 지하수위 저하에 의한 지반의 즉시 침하 및 압밀 침하 영향으로 건물 등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그러자 KT측은 이 감정결과에 이의를 제기, 대형 법무법인을 앞세워 재감정을 요구, 2002년 9월 실시된 모 학회의 재감정 결과 박물관 균열 원인은 ‘박물관 부실공사'로 진단됐다. 이 같은 법정 공방이 지금까지 지루하게 전개되면서 박물관 균열 사고로 전시공간을 잃게된 전시물들은 전시실이 없어 지난 7년간 좁고 항온 항습이 제대로 안 되는 임시 보관장소(용당캠퍼스 행정관 1층)에 겹겹이 쌓인 채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에서도 몇 마리밖에 없는 2000만년전 화석어류 ‘시일러캔스(Coelacanth)’ 등 각종 희귀 해양생물 표본들에 곰팡이가 피고 있으며, 1m가 넘는 거대한 넙치를 비롯 수m에 이르는 각종 고래와 상어, 식인조개 등 진귀하고 볼거리가 풍부함은 물론 학술연구 자료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자료들이 망실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특히 지금은 사라진 제주도 때배 등 실물 고선박과 고래잡이 어선과 최신 장비를 갖춘 신형선박의 모형에 이르기까지 어선의 발달사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는 풍부한 자료도 원형을 상실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부경대측은 “수산 해양분야에서 독보적인 연구성과로 이 분야 국내 최고 위상을 자랑하는 국립대학이 지난 반세기동안 세계 도처에서 수집한 귀한 수산 해양표본들이 대기업의 횡포에 휘둘려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하고, “대기업이 대학의 학문발전에 보탬을 주기는커녕 법적인 대응력이 약한 교육기관을 상대로 장기적인 법정 투쟁을 강행,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전시물들만 훼손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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