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SBS가 지난 10일 봄철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했다. 세습경영과 상업주의 등으로 강한 사회적 비판에 시달려온 SBS가 장고 끝에 내놓은 개편안의 특징은 일단 공익성 강화로 집약된다. 우선 시사물에 역점을 두었다. 평일 오후 6시부터 한 시간 동안 뉴스정보 프로그램인 ‘생방송 투데이’를 신설해 그날의 새 소식과 사회 각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장을 기동성 있게 취재해 전달하고 있다. 일요일 오전에는 ‘SBS 시사포럼’ 대신 지난 16대 대통령후보 토론 프로그램의 사회를 맡으면서 차분한 진행으로 호평을 받은 ‘염재호 교수의 시사진단’을 신설했다. SBS는 지난 2월부터 ‘뉴스추적’의 방송 시간을 30분 연장해 방송하고 있기도 하다. 교양과 오락을 겸비한 인포테인먼트 개발도 눈에 띤다.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국내외의 자연 미스터리나 불가사의한 역사적 사건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실체를 밝혀주는 ‘백만불 미스터리’와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재난극복 프로그램 ‘위기탈출 수호천사’가 대표적이다. 과학 버라이어티쇼 ‘사이언스 파크’는 이미 4월 말부터 방송 중이다. 소외된 계층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로또복권 수익금으로 장애와 희귀병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를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여성을 소재로 한 휴먼 다큐멘터리 ‘휴먼스토리 여자(女子)’, ‘SBS 다큐멘터리’ 등이 새롭게 선보인 대상이다. 이밖에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하던 시스템에서 탈피해 기획은 SBS 시청자위원회가 담당하고, 제작은 외주 제작사가 맡도록 했다. 옴부즈맨이 자화자찬만 일삼는 홍보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수용해 비판과 대안 제시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체제를 정비한 것이다. 외형만을 놓고 볼 때 이번 SBS의 개편은 전반적으로 방송의 공익성을 강화하고 시청자의 선택 범위를 넓혀주기 위한 고민의 결실임이 역력하다. 실제로 SBS는 두 달여 전부터 편성, 제작, 보도, 홍보, 심의, 외주제작 등 각 국별 총괄 CP들로 ‘공익성 강화 협의회’를 구성해 봄 개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교환해왔다. 하지만 SBS의 변화 노력이 순수하게만은 보이지 않는다. 한때 폐지까지 거론했던 ‘뉴스추적’을 시간까지 늘이면서 간판 시사물로 내세우고 기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폐지했던 ‘토론공방’을 슬그머니 부활시킨데서 ‘정치적 포석’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심야 시간대나 평일 오전과 같은 ‘사각지대’에 편성되어 구색 맞추기란 인상이 짙다. ‘생방송 투데이’는 비슷한 시간대의 타 방송사 프로그램과 내용이 유사해 맞편성의 성격을 띠고 있다. 문제되는 오락물을 줄였다고는 하지만 주로 시청률이 저조한 프로그램을 퇴출시킨 것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에서 SBS의 의미는 남다르다. 출범 자체가 다수의 공영방송과 독점 상업방송이 경쟁하는 기형적인 방송시대의 서막이었다. 개국 이후 선정성과 오락성을 매개로 한 시청률 지상주의는 SBS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 잡았다. SBS의 문제는 SBS에만 그친 것이 아니었다. 공영방송도 자연히 시청률에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면서 방송문화의 전반적 수준은 저하 일로를 걸었다.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SBS에 귀속시키는 것은 온당치 않다. 다만 이번 개편에서 감지된 변화의 조짐이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시청률 위주의 제작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도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SBS의 출범을 정당화했던 기본 논리가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 확대와 방송사간 경쟁 체제를 통한 프로그램의 품질 향상이었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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