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 전국학술대회

“한국학의 정체성과 민족문화의 원류를 논하는 데 있어서, 불교는 과연 어떤 함의를 지니는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소장 배영순)와 한국중세사학회(학회장 최정환)는 오는 13일과 14일 이틀 일정으로 영남대 국제관에서 '한국 중세 불교사의 재조명‘을 주제로 2003 전국학술대회를 공동 주최한다. 대학부설연구소가 주최하는 학술대회로서는 전국 최초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경비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그 학술적 가치를 짐작할 수 있는 이번 학술대회는 15세기라는 긴 기간동안 우리 민족사의 일부분이었던 불교가 단순히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관혼상제에서 일상예절에 이르기까지 삶의 마디마디를 규정해온 문화적 가치였다는 점을 재조명하고 이러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로 삼기 위해 기획됐다. 이에 이번 학술대회는 1990년대 이후 국제화·세계화의 담론 속에서 한국학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제기된 동아시아담론이 유교자본주의와 관련, 유교만을 강조해온 점을 비판한다. 그리고, 크게 불교문화와 유교문화에 의해 창달되어온 민족문화의 원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적 시각과 유교적 시각의 균형적 안배를 지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불교는 왜 고려말 이후 퇴조했는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침체되고 정체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불교사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아울러, 한국 중세 불교사에서 불교 엘리트와 중생의 장벽은 끝내 거두어지지 못한 채 엘리트들이 현실에 안주한 것이 불교 쇠퇴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즉, 깨침의 사회화․대중화는 없었으며, 비록 기복적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지만 신앙의 순수한 형태, 믿음들, 소박함, 정결함 등의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던 삼국의 불교가 중세 이후 그러한 생명력을 점차 상실해, 마침내 근현대에 이르러서는 기복신앙 자체도 극도로 편의주의적인 것이 되고 그 정직성마저도 상실하고 말았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한국 중세 불교사의 재조명’이라는 대주제를 다루게 될 이번 학술대회 첫날에는 ‘새로운 중세 불교사 인식의 틀(채상식, 부산대)’, ‘한국 중세 불교사 연구성과에 대한 문제제기(김호동, 영남대)’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된다. 학술대회 둘째 날인 14일 오전에는 ‘고려시기 사원의 세시의례와 그 성격(한기문, 상주대)’, ‘‘고려국본’ 대장경의 혁신과 국제화(김윤곤, 영남대 명예교수)‘, ’개경 산천단묘의 신령과 그 실체(허흥식,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이 각각 진행되고, 오후에는 ’라말려초(羅末麗初) 굴산문 개청과 정치세력(김흥삼, 강원대)‘, ’충선왕과 만승희(변동명, 전남대)‘ ’고려말 유불일치설과 그 사상적 경향'에 대한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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