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 본지 전문위원,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홍익대 겸임교수

신록이 찬란한 햇빛을 받아 푸르름을 더하는 요즈음 까치와 꿩의 울음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필자의 연구실이 산자락에 맞닿아 있어서 신선한 바람을 맞아들이고 후덥지근한 실내 공기를 내 보낼 겸 온 종일 창문을 활짝 열어 노을라 치면 하루 종일 뭇 새들의 지저기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른 아침 신록이 눈부신 금빛 햇살을 받아 황금빛 푸른색을 발할 땐, 까치나 꿩 같은 텃새 울음소리마저도 청량하게 들린다. 그러나 햇살이 잎새에 무르익는 오후가 되면 때때로 뭇 텃새들과 산새들이 서로 지지 않으려는 듯 한꺼번에 울어대는 바람에 귀가 따가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실내 창문을 닫아 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같은 새소리라도 시간과 장소 그리고 지저기는 방법과 듣는 사람의 분위기에 따라 이렇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요즈음 우리 교육계를 보면, 한꺼번에 온갖 울음소리를 경쟁이라도 하듯이 토해내어 산기슭을 소음이나 잡음으로 가득 채우는 막무가내식의 속 좁은 텃새들과 산새들처럼 가히 듣기에 참기 어려울 정도로 정말 가관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놓고 교육계는 ‘패권다툼’이 치열하다 못해 비열할 지경이다. 처음엔 전교조와 교육부간 힘겨루기 끝에 타협이 되는가 싶더니 교육부가 인권위의 결정에 순응하지 않고 전교조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함으로써 상호간 반목의 골만 깊어지고 교단 갈등만 더욱 증폭되고 말았다. 이번엔 전교조와 교육부간의 단순한 정보인권침해에 대한 교육정책시행의 갈등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교원단체간 분열과 극한적 대립, 각종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단체까지 가세한 사회체제 전반의 대결, 여야 정당간 정략적인 대리전 양상, 교육부를 위시한 예하소속기관 및 일선교장․교사들의 집단적 반발 사태로 치닫고 있다. 지난 ‘국민의 정부’이래로 ‘전자정부 구현’이라는 국가정책 하에 교육부 관료와 일부 행정편의주의자들의 주도로 막대한 국가 세금을 투입하여 선량한 국민을 따돌린 채 은밀히 교육정보화를 추진하여왔다. 이름 하여 한쪽에선 “나이스”라고 칭하기도 하고 다른 한쪽에선 “네이스”라고 부르기도 하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이다. 굳이 인권위에서 밝힌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부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일부 항목은 인권침해소지가 명백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인정보유출이나 인권침해에 대한 법적․제도적 보호나 감시체계가 미흡한 상태에서 인권침해소지가 있는 개인정보를 정부기관과 다수의 기득권집단들이 전산화하려는 것은 ‘반국민적․반인권적 행위’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인권침해소지를 방지할 수 있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같은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후, 정보화를 추진하여도 늦지 않다고 본다. 현행 학사업무나 앞으로 닥쳐 올 입시업무에 차질이 올 수 있다는 핑계로 엄연히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에게 인권침해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정부와 기득권세력은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을 강행하려고 하는가? 단순히 행정편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국가공권력의 맹목적 과시인가, 이것도 아니라면 보수집단들의 정치세력화의 서곡인가? 이들도 처음엔 NEIS에 인권침해소지 항목이 있다는 것을 시인하지 않았던가? 전교조의 대처 방식 또한 ‘반국민적·반교육적 행태’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진정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위하고자 하는 ‘참교육자 집단’이라면 사소한(?) 몇 가지 전산 입력항목에 목청을 높여 수업을 거부하면서까지 연가 투쟁을 벌이겠다고 위협하지 말고, 대학입시제도 개혁이나 학벌주의 타파 같은 보다 큰 문제에 학생과 학부모의 인권을 주장하면서 그들의 권리를 옹호해 주기 바란다. 정말 그대들이 한국교육의 참신한 개혁을 바라는 혁신적인 교원단체라면 ‘사이비 정치꾼’이나 하는 국민의 이름으로 행하는 ‘어설픈 짓’을 자제해주길 바란다. 진정으로 우리 교육계가 국민을 위하는 참교육을 실행하고자 한다면 더 이상 반목과 대립으로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교단 분열을 야기하여 교육의 장을 파국으로 몰고 가려하지 말고, 교육자적 양심에 따라 대화와 타협으로 이 난제를 선량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방향으로 해결해주기 바란다. 더 이상 공권력이나 세력집단의 이름으로 ‘그 잘난 힘’을 과시하면서 국민을 불안에 빠뜨리지도 말고 잦은 ‘말 바꾸기’로 선량한 국민을 속이거나 우롱하지 않길 바란다. 까치나 꿩 같은 텃새들도 자신만이 산기슭을 독차지 하겠다고 서로 목청을 돋우면서 양보와 타협 없는 ‘울음소리 경쟁’은 지속하지 않는다. 이젠 웬만큼 힘도 겨루어 보고 목청도 실컷 높여 보았으니 서로가 타협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언제까지 ‘반국민적·반교육적·반인권적 작태’를 부리면서 듣기에도 지겨운 가시적인 ‘울음소리 경쟁’을 지속할 것인가! 선량들은 이젠 까치의 울음소리도 꿩의 울음소리도 제발 잠잠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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