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들은 날이 갈수록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무조건 좋은 대학을 만들기 위한 몸부림이라면 얼마나 다행이겠느냐마는 그것이 아니다. 존폐의 위기의식 때문에 적지 않은 대학들이 발버둥 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폐과하고 합병하고 일부 교수들은 전공까지 바꾸도록 압력을 받고 고교를 찾아 다니며 애걸을 하고 정말 측은하도록 딱한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있다. 이런 위기의 원인은 단 하나다. 대학은 많은데 학생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 운영비를 거의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오지 않으니 교문을 닫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교교 졸업생보다 대학정원이 더 많아지리라는 것도 예측하지 못했는지 교육부 당국이 원칙없이 대학 설립을 남발했던 결과가 이렇게 되었다. 이렇게 대학이 위기에 몰리면 결국 그 대학들은 부실화될 수 밖에 없다. 교수확보도 못하고 시설투자도 못 하고 재정적 비리가 발생하고 이것이 교내 분규로 이어지고 결국은 휴교나 폐교나 합병등으로 이어지며 학생들의 희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또 다시 수도권에 대학 설립을 허가 하겠단다. 파주나 김포에 대학들이 세워지고 그 강의실에 학생들이 차게 된다면 그것은 물론 타 대학들을 그만큼 빈 대학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많은 지방대학들이 지금 맞고 있는 몰락 위기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굳이 이런 무모한 정부안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부와 건교부는 자난 2001년에 수도권에 더 이상 대학설립이 불가능하도록 하는데 합의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건교부가 이 합의를 깨고 김포와 파주에 아파트 대단지를 만들면서 여기에 대학설립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대학설립의 목적은 아파트단지의 베드타운화를 막기위함이고 아파트단지조성 목적은 수도권 집값상승을 막겠다는 뜻이란다, 단순히 개발논리로 대학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발상은 오히려 이 나라 고등교육 발전에 심각한 타격만 줄 뿐이다. 대학 설립이라면 이것은 교육부가 먼저 나설 일이고,신설대학 설립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대학들에게 저가로 땅을 공급해서 대학을 이전하거나 확장할 수 있도록 법을 보완하는 것이 낫다. 건교부는 수도권 대학 설립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하지만 먼저 교육부의 의사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부는 과거의 중대한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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