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상 / 연세대 교육학 교수, 본지 논설위원

US 뉴스엔 월드 리포트지는 매년마다 미국대학의 순위를 보도한다. 순위가 뒤바꾸어지는 대학에서는 희비가 교차할 법하다. 1등에서 10등으로 추락하거나 20등에서 10등으로 상승하는 경우라면 더 그럴 것이다. 우리라면 대학관계자들은 길길이 뛰고, 학생들은 난동도 서슴치 않을 듯하다. 저들은 그렇지가 않다. 순위변동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저 모닝커피한잔을 위한 까쉽거리이다. US 뉴스엔 리포트지의 판매고와 그곳 대학인들의 표정들이 그것을 말해준다. 리포트지의 미국내 판매고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오히려 외국에서 인기가 높다. 리포트지는 외국인을 위한 상업용 대학평가순위지 일수도 있다. 그런데도 리포트지가 미국에서 읽히는 이유는 미국 고등교육평가인정위원회의 무기력때문이다. 위원회는 미국대학의 평가인정기관을 총괄하고 있는 국가기구이지만, 대학이나 일반인에게 아무런 영향력도 끼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리포트지의 대학순위매기기에 대해 미국교수들의 반응들이 제각각이다. 잘하는 일이라고 치켜세우는 사람들도 있다. 꼴 같지 않은 일을 한다고 코웃음 치는 사람도 있다. 사실, 대학순위가 결정된다고 해서 대학들의 지위가 더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정부로부터 그 무슨 재정적 보조금을 받는 것도 아니니, 시쿤등하게 반응해도 별일은 없다. 대학인들의 그런 냉소에 리포트지 관계자들은 당연히 조바심한다. 대학순위 매기기에 대해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기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매년 사용하는 지표는 보다 더 정교해진다. 순위평가지표가 정교해지면 정교해질수록, 대학들은 더욱더 긴장한다. 그들의 순위가 대학생의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저들이야 조바심하겠지만, 우리내야 그럴 필요가 없을 성 싶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대학관계자의 속사정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은 모양이다. 10순위이내 등위에 들어있는 저들대학 들이야말로 우리대학들이 벤치마킹하는 대학들이기 때문이다. 미국출장 길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어느 대학의 석좌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이 분은 리포트지의 대학순위 매기기에 매우 호의적이었다. 그런 순위를 대학들이 대수롭게 코웃음치지만, 미국의 엘리트들은 그 순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고 했다. 대학경쟁력의 요인들이 무엇들이냐고 물어봤다. 리포트지가 활용하는 평가 척을 자세히 보라고도 했다. 대학총장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도 살피라고 주문했다. 대학총장이 연구력 있는 교수를 제대로 확보하고 있는지 그런 학자들을 제대로 관리할 핵심역량을 갖고 있는지를 주목해보라고 했다. 대화의 마지막 선물로 그는 주(註) 하나를 더 달았다. 대학의 출판문화를 보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그의 지적이 옳았다.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대학치고 우리처럼 엉성한 대학출판사를 갖고 있는 대학은 없었다. 하바드 대학교의 출판사는 세계출판문화시장에서도 앞서가는 출판사이고,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였다. 경쟁력있는 대학일수록 돈이 안 될 전문서적, 팔리지 않을 학문적인 업적들을 출판하는 여력과 연륜을 갖고 있었다. 미국의 컬럼비아대학도 그 한 예였다. 이 대학은 대학출판국장 겸 사장으로 25여년간을 일해 온 사장을 해임시켰다. 아무래도 출판경영목표에 적합하지 않았기때문이다. 10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컬럼비아대학의 출판국이었다. 이 출판국은 역사, 종교, 문화등등의 학문적인 출판물에서 세계적인 명성이 높았다. 다른대학들의 출판국은 매출감소를 가져왔지만 컬럼비아 대학은 반대였기에 그의 해임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매출은 12%, 올해 들어서도 6%의 매출신장을 각각 기록했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해임당했다. 그가 대학학문의 속성을 너무 모른 채 이윤만 추구한 것이 해임당한 속사정이었다. 컬럼비아 대학은 대학출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고작해서 대학교재나 만들어내는 우리네 대학의 출판문화를 갖고는 대학의 세계화는 어림도 없을 성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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