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섭 / 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 (대학행정관리)

본지는 대학행정 전문화에 대한 대학 현장의 사례와 행정의 주체인 직원들의 진단을 담았던 지난호(460호 참고)에 이어 이번에는 학자의 입장에서 보는 대학행정 전문화 실태와 방안을 담았다. 대학행정관리를 전공한 아주대 교육대학원 김호섭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대학 행정이 단순한 지원 기능에 불과하고,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릇된 풍조야 말로 대학행정 전문화를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이라며 “교수와 행정직원간의 이분법적 관계로 인한 ‘보이지 않는 신분갈등’도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밖에도 “대학 행정직원의 조직 내 위상이나 행정 전문화 및 질적 향상에 대한 교수·학생들의 낮은 기대도 대학행정 전문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김 교수는 “대학 당국은 인적자원 개발이 곧 대학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교육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하며, 직원들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전문성 제고에 적극 나서 대학발전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대학행정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다면. “대학행정은 대학이 추구하는 목적 달성에 필요한 조직을 구조화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여 관리하는 지원적 활동이다. 대학의 본질적 기능인 연구와 교육은 이러한 행정적 지원이 적절히 뒷받침될 때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오늘날의 대학행정은 단순한 학문적 지원(academic support)을 넘어, 교수와의 협력을 통해 교육의 질적 향상에 기여한다. 예컨대, 학습방법(learning methods)의 개발은 더 이상 교수만의 책임이 아니라 행정직원과의 공동 작업이 되었고, 기금 확보 등 대학재정의 확충을 위한 노력은 행정직원들의 적극적 역할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과거 우리 대학에서는 이러한 지원 기능이나 협력 관계를 중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행정의 효율적 지원 없이 교육이나 연구가 진행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대학의 교육·연구의 질이 저급하였음을 암시한다.” - 우리나라 대학의 대학행정 전문화 수준을 진단한다면. “획일적 잣대로 국내 대학행정의 전문성 수준을 규정하기에 무리가 따르기는 하지만 선진 대학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우선 업무 내용의 분화라는 점에서 외국 대학들은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전문화 영역을 지니고 있다. 특히, 학생 서비스(입학 안내, 등록금 수납, 학점 및 성적 관리, 학생 징계, 상담 및 조언, 장학금/재정적 지원, 진로 지도 등)나 일반행정 서비스(회계, 예산, 인사, 구매, 계약, 홍보, 기금 조성 등) 같은 분야는 물론, 자산 및 장비의 관리(예: 자산 설비의 기획, 설계, 건설, 재정적 지원이나 기존 빌딩이나 장비, 부동산의 유지 및 보존 등)나 다양한 수익사업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지닌 직원들을 채용하고, 행정 인력 또한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우리 대학은 업무의 내용이나 성격 면에서 미분화되어 있고, 인력 면에서 크게 불리한 여건을 지니고 있으며, 직원들도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해 대학에 진입하기보다 대개는 일반 행정직원으로 채용되어 OJT를 통해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해 나가는 게 보통이다.” - 대학행정의 전문화를 저해하는 요인이 있다면. “무엇보다 대학 행정을 단순한 지원 기능에 불과하다거나, 아무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릇된 풍조가 문제다. 대학 행정직원의 조직 내 위상이나 대학 행정의 전문화나 질적 향상에 대한 교수·학생의 낮은 기대(수요)도 대학행정 전문화를 저해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행정의 전문성 제고에 대한 외부 압력이 존재하지 않고, 창의적 노력에 대한 보상이 없으며, 자기 개발(발전)에 대한 내적 동기가 부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화를 위한 개인적, 집단적 노력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대학행정의 전문성 저하는 행정직원에 대한 교수들의 의존성을 낮추어 교수들에 의한 행정 업무에 개입을 부추기며, 결과적으로는 행정 직원의 위상과 전문성을 저해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 행정구조상의 문제를 진단한다면. “보이지 않는 신분갈등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교수와 행정직원간에 ‘그들과 우리’라는 식의 이분법적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관계는 별다른 악의 없는 농담적 사례로부터 실질적인 갈등이나 긴장관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재정감축을 놓고 학과(대학)의 요구가 행정직 감축으로 나타나거나 교수들의 명성이 행정가들의 권력 장악을 억제하는 기제로 작용하는 명문대학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때로는 행정부서의 보직을 권력이나 기득권으로 인식하거나, 행정직원은 상위직 행정 보직을 점할 수 없다거나, 대학의 특성을 거론하여 부서별 이해관계를 충족하려 하는 교수들의 그릇된 사고와 행태도 문제이다. 예컨대, 특정 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한 대학에서, 몇 몇 핵심 보직은 반드시 그 대학 출신 교수가 맡아야 한다는 그릇된 사고가 보편화되어 있다. 대학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행정가(보직자)가 존재한다. 하나는 학과장이나 학장처럼 학과나 연구 부서를 운영하는 행정가들이고, 다른 하나는 서비스 부서를 운영하는 행정가들이다. 대학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서는 양 집단간의 적절한 조화가 필수적이다.” - 행정 전문화 제고를 위하여 대학 당국과 직원이 각각 노력해야 할 점이 있다면? “대학 당국은 행정 업무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특히 대학의 경쟁력은 교육 부문과 행정 부문간의 조화, 그리고 행정 업무 추진 주체의 적절한 분화가 이루어질 때 가능함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 교육훈련이나 자기개발에 대한 장기적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인적 자원의 개발이 곧 대학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교육 투자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직원들도 현실에 안주하거나 불평등한 지위에 불평만 하지 말고, 자신들의 전문성을 제고하여 대학 내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대학발전에 능동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구에서 대학행정직의 역사는 대학조직의 규모, 복잡성, 다양성 면에서 지속적인 증가와 함께 일종의 전문직업 또는 최소한 하나의 경력으로 인식되어 왔다. 우리도 유사한 맥락에서 대학행정직을 하나의 전문직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