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동양사, 서양사 빼고 국사학과에만 열명쯤 전임 교수를 두고서도 이제야 처음으로 현대사 전공교수를 뽑았다. 정부 수립전 국립 서울 대학이 만들어지던 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거의 6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현대사 전공교수를 두게 되었다는 것은 놀랍기 그지 없다. 우리 역사 특히 현대사에 대한 지식과 옳바른 인식은 지금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으며 왜 여기에 와 있고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인지 그 좌표와 방향 측정에 결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가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일류대로 키워 오며 지난해에도 국고보조금 1천4백억원을 독식했다는 대학이 이제서야 현대사 전공교수를 겨우 뽑았다는 것은 너무도 놀랍고 기막힐 노릇이다. 그런데 사실은 사립의 명문이라는 고려대도 마찬가지다. 고려대는 아직도 현대사 전공교수가 없다. 그리고 다른 대학들도 아직은 사학과에 현대사 전공 교수가 없는 곳이 더 많다. 다만, 연세대나 성균관대는 일찍부터 현대사 전공교수를 통해서 단단한 맥을 이어 왔다. 다른 대학도 당연히 이래야 정상이 아닐까? 현대사 전공교수가 없으면 현대사 박사도 나오기 어렵고 그래서 또 전공교수 채용이 어려울 수는 있다. 그렇지만 교수채용이 어려운 만큼 자격자 부족이란 것은 말도 안된다. 현대사의 특성상 자격자가 많지는 않더라도 엄청나게 많은 박사들이 40이 지나 50세가 넘도록 교수직을 기다리다가 좌절하는 현실에서 현대사만 자격자가 부족해서 교수충원이 안되고 있다는 것은 전연 사실과 다르다. 문제는 대학 당국이나 해당학과 교수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 서울대 미대의 김민수 교수는 선배교수의 친일 문제를 논문에서 조금 거론한 것 때문에 해직되고 지금도 복직투쟁 중에 있다. 현대사는 이렇게 교수 상호간의 개인 문제에까지 민감할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는 더욱 심각하다. 모 대학에서는 세미나 형태로 진행되던 교양 역사 강좌를 없애 버렸다. 식민지 시대를 거쳐서 해방후 군사독재까지 이어지는 강의가 학생들을 선동한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사실로 그것은 그동안에 은폐되었던 엄청난 비밀들을 까발기는 것이기 때문에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만큼 민감한 학문이므로 연구자들은 늘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연구자들은 러시아나 일본까지 가서 북한의 자료를 구해오고 나눠보는 것만으로도 국가보안법에 걸려서 검찰에 불려 다녔다. 그래도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남보다 훨씬 더 많은 고생을 하며 학위를 따온 사람들이 연구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대학이 뜻만 있다면 교수 자격자는 그들을 통해서 얼마든지 충당될 수 있을 것이다. 국립 서울대가 이제서야 현대사 전공교수를 쓰고 또 민족사학의 명문이라고 자처하는 고려대가 아직도 그 지경이고, 다른 많은 대학들이 아직도 그렇다는 것은 친일과 독재의 오욕된 과거사를 숨기려고 안간힘을 써온 부끄러운 자들의 비밀을 여전히 대학이 외면하거나 진실을 알면서도 은폐해 온 결과 밖에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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