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영 / 본지 논설위원, 포항공대 교수

제2차 세계대전으로 독일이 패망했을때 독일에는 50개의 대학에 5만명의 학생이 있었다. 그러나 전후에 많은 대학이 설립되어 지금은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이 92개, 신학대학 16개, 예술대학 46개, 4년제전문대학 152개, 행정대학 36개. 사범대학 6개등 총 348개의 대학이 있고 학생수는 약180만명이다. 그런데 이들 대학들은 모두 주립대학으로서 학생들은 등록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다. 최근에는 몇개의 사립대학이 생겼고 거기에는 물론 등록금을 납부해야 된다. 1930년대초까지 독일 대학들의 질적수준은 세계최고였다. 초중고등학교 13년을 마친후 대학에 입학하고 3년을 공부한 후에는 박사논문을 제출할 자격을 주었다. 즉 당시의 독일대학은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원수준이었다. 그러나 공과대학에서는 4년간 공부한 후 디플롬(Diplom Ingenieur)라는 학위를 받았다. 1925년에 이미 독일에서는 4,698명의 박사를 배출하고 있었다. 지금은 박사학위를 받기 전에 문과는 마기스터(Magister), 이공과는 디플롬(Diplom)학위를 받아야 된다. 연간 학위배출수는 마기스터와 디플롬이 99,287명, 박사학위가 24,545명 그리고 교사자격증 취득자가 27,738명, 전문대졸업생이 70,126명에 달한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교수가 될 사람은 교수자격학위(Habilitation)를 또 받아야 되는데 연간 1,926명정도이다.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중에서 7.8% 정도가 교수자격학위를 받는데 대학에서는 이들을 강사(Privatdozent)라고 부른다. 즉 어떤 대학에서 교수로 초빙되지 못하면 은퇴할 때까지 강사로 남게 된다. 송두율박사가 바로 이런 경우이며 그는 뮌스터대학의 전임교수가 아니다. 교수에는 두가지 직급이 있는데 정교수를 C-4교수라고 부르며 전에는 Ordentliche (Ordinary) Professor라고 불렀다. 부교수는 C-3교수라고 하며 전에는 Ausserordentliche(Extraordinary)Professor라고 불렀다. 부교수는 연구소장, 학장, 총장이 될 수 없으나 교육과 연구에 있어서도 교수와 별차이가 없다. 정교수는 임명될 때 반드시 학술강연을 해야 된다. 부교수가 같은 대학에서 정교수로 승진되는 경우는 없다. 즉 정교수자리가 결원일 때 그자리에 많은 학자들이 지원해서 선발될 수는 있다. 이와 같은 제도는 독일, 영국, 러시아, 호주와 일본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로 승진하는 것이 아니다. 독일대학이 이와 같이 특이하기 때문에 학생3만명의 아헨공대에는 교수가 383명밖에 안되지만 강사와 연구원이 1,825명이나 된다. 이와 같이 “교수”명칭을 받는 사람의 수는 매우 적고 강사를 결코 교수라고 부르지 못한다. 우리가 잘아는 막스플랑크, 하이젠베르그, 볼프강파울리같은 과학자들은 21세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독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우선 디플롬을 받는데 평균 6년반이 걸리며 박사학위는 최소 4년, 최고 10년정도가 걸린다. 영국과 미국에 비해서 학위과정이 너무 길기 때문에 이것을 개선하려고 하지만 교수들이 보수적이라 쉽게 될 수가 없다. 독일대학에는 수강신청이라는 것이 없다. 교수는 강의를 개설할 뿐,시험은 반드시 강의한 교수에게서 볼 의무가 없으며 출석을 한번도 안하고도 시험에만 합격하면 된다. 시험에 자신이 없으면 다음학기로 미루어도 된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는 4년만에 받을 수 있는 디플롬이나 마기스터학위를 평균 6년만에 받는 것이다. 시험은 원칙적으로는 구두시험이지만 학생수가 많을 때에는 필기시험을 보는데 노트와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 대신 시험시간도 3시간정도로 어려운 문제를 출제한다. 의과대학 졸업생은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하는 것이 바로 졸업장이며 법대졸업생들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졸업장에 해당된다. 별도의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는 있다. 이와 같이 독일대학제도는 우리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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