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후반기의 재설계를 다룬 책들이 출판가의 신조류를 이루고 있다. 노령사회의 도래로 사십은 이제 ‘코흘리개’이고 육십은 물론 칠십, 팔십까지도 여건만 허락하면 사회활동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고령화에 따른 이모작, 삼모작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과는 달리 불황과 젊은 피를 요구하는 사회풍조는 직장인의 조기 은퇴를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불안한 시절에 젊은 날의 역경을 딛고 중년 이후에 화려한 인생 반전을 이룬 사람들의 에피소드는 희망을 전하는 복음이 아닐 수 없다. 중국 한 무제(武帝) 때의 인물인 주매신(朱買臣)과 공손홍(公孫弘)은 가난 때문에 아내에게 버림받거나 돼지를 길러 생계를 꾸리면서도 현실 앞에 무릎을 꿇지 않고 발분한 끝에 남들은 은퇴를 하고도 남을 늦은 나이에 벼슬길에 올라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영국 태생의 이혼녀 작가 지망생 J.K. 롤링은 생활보호대상자로 아기에게 우유 대신 물이 담긴 젖병을 물려야만 했던 참담한 생활을 딛고 일어서 세기의 베스트셀러 해리포터 시리즈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비록 인간적 자존심인 항심(恒心)을 지키기 위한 안정적 재정기반이 될 항산(恒産)이 없을지라도 자기인생을 장엄하게 장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꿈, 즉 항몽(恒夢)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취업난에 고통받고 있는 대졸 실업자나 경기침체로 정년 보장을 기대하기 힘든 직장인이나 현실이 버겁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회색빛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복권 당첨으로나마 인생역전을 몽매에도 그리는 서민들의 병적인 사행 열풍은 정상적 희망을 차압당한 우리시대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그렇다고 희망이 마냥 낯선 외래어일까? 영국의 경제평론가 찰스 핸디는 20세기가 조직이 개인의 시간을 사는 대신 고용안정을 약속한 대기업 중심의 ‘코끼리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프리랜서화 한 개인이 무소속 배우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야 하는 ‘벼룩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벼룩은 다리가 발달돼 자신의 키에 비해 최고 1백배 가까이 도약한 기록이 있다. 미래사회의 코드를 판독할 안목과 개인의 능력을 꽃피울 실천이 수반된다면 각자가 가지고 있는 ‘벼룩의 다리’는 훨씬 길어질 것이다. 미래의 꿈에 투자하는 ‘벼룩정신’은 잿빛 절망을 푸른 희망으로 치환해 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신종효(신라대 홍보부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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