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조 전문 브랜드 클리오의 ‘코스메틱 아트 2003’

‘화장을 통해 비로소 드러나는 자아’‘화장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인간의 감성과 본능을 자극하는 매개로서의 화장’ 등 미술 작가들이 예리하게 읽어낸 화장품의 의미와 가치를 접하는 일은 분명 색다른 경험이다. ‘치장’에서 하나의‘문화’로 업그레이드 된 화장을 만나러 가자. <글 홍혜선>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라는 영화 속 오드리 햅번이 ‘립스틱도 바르지 않고 편지를 읽을 수는 없어요’ 라는 대사를 말하는 장면으로부터 출발한 전시회가 있다. ‘화장’과 ‘미술’이라는 두 장르가 어우러져 ‘여성’을 말하는 전시회. 색조 전문 브랜드 클리오가 10월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제1 전시장에서 진행하는 ‘클리오 코스메틱 아트 2003(CLIO Cosmetic Art 2003)’에 대한 설명이다. 10년 간 색조 화장품만을 전문으로 만들어 온 클리오는 색에 대한 남다른 자존심이 있다. 같은 ‘블루’라도 여성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파란색을 고집한다. ‘여성에게 있어 화장은 단순한 치장의 의미를 넘어 커뮤니케이션 행위이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메시지 그 자체’라는 철학에서부터 시작된 자존심이다. 이러한 철학은 화장품이 가지는 미디어적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 작품들을 전시하는 전시회로 이어졌다. 임옥상의 ‘내 입술은 꽃이다’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작가. 민중미술가로 시작한 이후 작가적 스펙터클을 발산하는 작업에 주력했던 그는 전시장 밖에서 테마파크 개념의 전시를 다양하게 시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장품이라는 소재의 특성에 주목한 ‘내 입술은 꽃이다’를 선보인다. 입술 모양의 벨벳 사이에서 수백 개의 립스틱이 솟아오르며 시선을 잡는 이 작품은 화장에 담긴 속성인 ‘유혹’을 의미한다. 립스틱의 고혹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로 립스틱에 센터를 부착해 움직이는 미술작품을 완성했다. 문승욱의 ‘The Eye’
단편영화 ‘나비(2001)’로 디지털 영화의 새바람을 몰고 온 예술영화 감독. 이번 전시회에는 강렬한 사운드와 빠른 템포의 편집으로 엮은 1분 30초 짜리 작품 ‘The Eye’를 내놓았다. 클리오의 FW 광고 제작 현장을 촬영한 내용을 기반으로 슬픔과 폭력, 섹스 등 영화에서 따온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의 이미지들을 몽타주 기법으로 구성한다. 감독은 이를 통해 화장은 근본적으로 ‘욕망의 표출’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다. 클리오 화장품 케이스로 만들어진 막을 걷고 들어가면 이 작품과 만날 수 있다. 유림 ‘The Clio’ ‘Urim and Thummim’
영국의 런던 마틴 컬리지를 졸업하고 파리에서 북아트를 수학한 북아티스트. ‘틀 속에 들어 있는 내용’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책의 개념을 다양한 미술 매체와의 접목을 통해 보여주는 작업을 한다. 암흑의 공간을 상징하는 메탈박스 안에 콜라주로 작업한 작품인 ‘Urim and Thummim’은 다중적 의미를 내포한 이미지를 연결했다. 첨단 문명과 매스미디어의 영향력 안에 갇힌 현대인의 마음을 여는 역할을 클리오 서브 캐릭터인 나비에 기대한 작품. 홍보람 ‘기억의 미로’
작은 아티스트 북에서부터 거대한 설치 작품에 이르기까지 작업의 스케일이 돋보이는 작가이다. 특히 그는 워크숍 형식을 반영한 작품 구상을 통해 전시장 내에서 작품과 관람객의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하도록 시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7미터 크기의 대형 미로를 제작했는데 관람객들이 미로 속를 헤매다 만나게 되는 방에서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작업했다. 이 작품은 특히 화장품이라는 매체가 결국 인간관계의 감성, 즉 느낌을 자극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베한트 할프헤르 ‘Clio Space’
독일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를 가졌을 만큼 유럽에서 실력 있는 작가로 명성을 얻고 있는 그는 ‘미디어시티 2000’을 통해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클리오 전시장 내부를 촬영하고 디지털 작업을 거친 뒤에 이를 나무로 만든 구형의 틀을 이용하여 대형 사진 조각을 제작했다. 치밀한 계산에 따라 프린트된 80여장의 디지털 사진들을 구형의 나무틀 위에 붙여서 구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의 풍경을 반영하는 듯한 효과를 연출한다. 이 작품 앞에 있으면 마치 클리오 매장에 관객 자신이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생각하는 공간과 존재하는 공간 사이의 충돌과 흥미를 유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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