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돌이' 탄생시킨 디자인계 마스터

우리나라가 세계무대로 발돋움한 역사적 비약점이 된 88서울올림픽을 생각할 때 사람들의 뇌리에 가장 깊이 내리 꽂히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여러 답안들이 펼쳐지겠지만 마스코트인 ‘호돌이’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게 또 있을까. 과거 민중들에게 영물이자 공포의 대상이던 호랑이는 호돌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어느덧 어수룩하게 담배를 물고 있는 민화속 호랑이처럼 우리의 일상 속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정겨운 이웃이 되어 있었다. 이 호돌이를 탄생시킨 사람이 다름 아닌 디자인파크 김현 사장이다. 당시 호돌이가 국제적 명성을 얻어가면서 일개 회사의 디자이너였던 그는 일약 세계가 공인하는 디자이너가 됐다. 이후 그는 호돌이와 연계된 무수한 디자인 작업이 이어지면서 다니던 회사를 나와 ‘디자인파크’라는 자신의 회사를 세웠다. 김 사장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BI(Brand Identity)와 CI(Corporate Identity), 캐릭터(Character) 작업에 전념하기 시작, 지금까지 기업 CI 1백여회, BI 1백여회, 캐릭터 50여 차례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수많은 주요 대기업뿐 아니라 최근 서울시가 만든 ‘Hi Seoul’, 대전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도 김 사장의 땀이 깃들었다. 또 프로야구 9개 구단 중 무려 4개 구단의 마스코트도 역시 그의 작품. 김 사장은 이 때문에 “‘모두 애정이 갈 텐데 어떤 팀을 응원하느냐’는 질문도 많이 듣는다”고 한다. 물론 김 사장의 수많은 작업 중 대학 UI도 빼놓을 수 없다. 84년 KIT(한국과학기술대, 과학기술원 전신)를 시작으로 87년 아주대, 98년 인하대 UI를 디자인했으며 지난해 말 발표된 중앙대 UI도 김 사장의 디자인파크 작품이다. 김 사장은 UI 작업은 일반 기업의 CI보다 훨씬 많은 품을 들여야 한다고 한다. “기업 CI의 경우 수직적 의사결정 체계가 분명해 오너나 담당자의 오케이 싸인만 떨어지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편이나 대학의 경우 사회적 평판이나 앞으로 지향할 가치, 다양한 내부 구성원들의 세대·기호 차이까지 융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 따라서 대학에 최종 제출되는 복수의 디자인 시안이 완성되기까지만 대학측과 수십차례의 미팅을 갖고 설문조사와 수정작업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이런 지난한 과정을 통해 이뤄진 UI를 통해서 대학이 얻는 소득은 상상이상일 것이라 강조한다. “내부적으로 새로운 상징이나 이미지를 재정립함으로써 구성원의 신뢰감과 소속감을 높이게 되고 대외적으로는 대학이 끊임없이 변화발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UI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지적도 그는 잊지 않는다. 대학발전의 모멘텀을 만드는 한 재료일 뿐이라는 의미에서 그는 UI를 ‘유니폼’에 비유했다. “병약한 사람이 건강을 찾으려면 운동을 열심히 해야하는 게 정석이죠. 유니폼을 장만하는 것은 운동을 위한 준비를 갖추는 것일 뿐인 것처럼, UI 활용도 대학이 도약하기 위한 준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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