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는 쉽게 아물기 어려운 깊은 상처들이 남아 있다. 그런데 태풍은 아무리 사납고 무서운 파괴력을 지녔어도 한가지 깨끗한 점이 있다. 그것은 결국은 지나가는 바람이라는 점이다. 하룻 밤만 지나면 하늘은 활짝 개이고 우리는 다시 용기를 내서 복구에 힘쓰며 희망을 찾는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는 태풍처럼 사나와 뵈지도 않으면서 우리를 끊임없이 강타하고 위기의 벼랑 끝으로 몰아 가는 또 하나의 바람이 있다. 대학 입시를 향해 돌진해 가는 우리 나라 온 국민의 교육 현실이 그것이다. 바람은 아무리 태풍이나 폭풍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전 국토를 휘말아 가며 겁을 준 일이 없지만 대학 입시를 향한 교육의 바람은 거의 예외가 없는 전 국민적인 것이며 그것은 미친 바람이다.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 광풍인지는 특히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강남의 팔학군의 집값이 왜 그렇게 치솟고 정부가 왜 이 때문에 허둥대고 있는 것일까? 특히 학원가가 몰려 있는 특정 지역이 왜 그 모양이고 , 또 이 때문에 그 괴물같은 입시학원 단지를 다른 곳에 또 만든다는 어이없는 발상은 왜 나오는 것인가? 그리고 이상한 사태가 또 있다. 이민상품의 홈쇼핑이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첫날에 천여명이 모이면서 1백75억원이 순식간에 팔리더니 두번째 재탕 쇼핑도 마찬가지 대박이었다. 그리고 이민 박람회장에도 사람들이 그렇게 몰려 들었다. 전쟁이라도 터져서 국외 탈출 사태가 터진 꼴이다. 이런 사태의 근원은 딱 한가지다. 일류대를 향한 입시 교육 풍토가 이 지경을 만들고 있다. 서울 강남의 그 곳 아파트에 살아야 서울대를 비롯한 일류대에 먼저 갈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그렇고, 이런 입시 광풍지대를 피하기 위해서 이민 창구로 사람들이 너도 나도 몰리는 것이다. 아니, 물론 다른 목적으로 이민 간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결국은 마찬가지다. 사지선다형의 우문우답만 잘 외우면 일류대에 갈 수 있는 깡통머리 집단 의 지배구조 속에서 나라가 온전하게 돌아갈 까닭이 없는데 무슨 희망으로 이 땅에 애착이 가겠나? 이런 입시의 미친 바람이 계속되고 거기서 기선을 잡은 사람들이 지배계층이 되는 나라에서는 그 이상 창의력이 번득이는 인재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런 사교육(死敎育)으로 병든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건전한 상식과 상호 신뢰와 우정이 통하는 사회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타락한 현실에 적응하며 출세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강남 팔학군으로 가든지 아니면 캐나다 호주등으로 가고 있다.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벼랑끝 위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부동산 값이 오르고 외화가 빠져 나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이 나라에 아직도 참된 지식인들이 살아있다면 다른 무엇보다 먼저 이 미친 바람을 잠재우고 다같이 행복감을 갖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과감한 결단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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