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구 / 본지 전문위원, 국제관계학 박사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 남북한 선수단이 함께 한반도 깃발을 내세우며 입장할 때, 우리는 가슴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체제야 어떠하든, 그들도 모두 우리의 동포이기 때문일 것이다. 동포라는 말은 참으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단어다. 민족이나 애국이라는 말보다 훨씬 정겹게 들린다.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동포란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형제, 자매’라고 정의되어 있다. 순우리말의 겨레가 아마도 동포와 가장 가까운 말일 것이다. 여기서 어머니란 다름아니라 모국이고, 조국이다. 이념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보면 그 모국은 남한이 될 수도 있고 북한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동포라는 의식을 갖고 보면 모국은 남북한 전체이지 결코 이념적인 반쪽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새삼스러운 이야기지만, 북한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핏줄을 가진 동포이고 형제자매이다. 이런 단순한 사실을 망각할 때 사람들은 쉽게 이데올로기의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데 동포가 한반도의 남북쪽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동포도 동포지만 해외교포도 우리의 동포이다. 교포이건 유학생이건 상사직원이건 고국을 떠나 해외에서 살고 있는 동포는 모두가 우리의 동포이다. 중국동포, 고려인, 재미교포도 국적은 서로 달라도 우리의 동포들이다. 얼마전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재외동포의 수자는 이미 7백만명을 넘어섰다. 이들 동포는 단순히 우리와 핏줄을 공유하는 감성적 공동체가 아니다. 그들은 한민족으로서 또는 그 후예로서 해외에서 활동하며 또 다른 코리아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경제적으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집단이다. 한국은행 통계에 의하면, 2002년에 재외동포들이 국내로 송금한 액수는 무려 50억달러나 된다. 엄청난 돈이다. 재외동포와 모국이 어떻게 연계해서 상생과 번영을 도모하는 가는 한민족의 미래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유대인 디아스포라가 이스라엘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중화민족의 디아스포라가 중국경제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경제적 번영과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 뒤에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유대인과 화교가 있었다. 세계 경제에서의 유대인 파워나 화교 커넥션은 모국 이스라엘과 중국 번영의 발판 역할을 했던 것이다. 세계화가 진행되면, 모국과 재외동포간의 유대, 그리고 보이지 않는 민족의 경제네트워크는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경우, 중화민족이라는 혈연을 매개로 한 화상(華商)네트워크는 전 지구적인 그물망으로 얽혀있고 경제적으로도 본국에게 절대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화교는 6천만명인데, 이들이 동원할 수 있는 현금만도 3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보이지 않는 힘은 중국이 동아시아의 경제위기 도미노 현상에도 불구하고 IMF위기를 피할 수 있었던 요인 중의 하나였을 것다. 화상의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도 이제는 한상(韓商)네트워크를 설계해야 한다. 혈맥에 바탕한 보이지 않는 동포의 힘을 엮어 민족 비상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동포, 북한동포, 재외동포가 힘을 모아 삼위일체의 한민족네트워크를 이룬다면 한민족의 미래는 무한히 밝아질 것이다. 이제 이념, 국적 같은 현실의 굴레를 넘어 동포의식을 갖고 세계를 바라 보아야 한다. 그래야 한민족이 진정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래야 한민족이 세계사의 변방에서 벗어나 중심으로 진입할 수 있다. 다가오는 10월에 서울에서 제2차 세계한상대회가 열린다. 이 대회가 한민족의 미래를 준비하는 한민족넷트워크 건설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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