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장의 직선제 폐지와 외부전문가 영입

교육을 백년대계라 하면서도 국민의 정부 5년간 7명의 교육부장관을 교체한 것은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만한 희극이었다. 이에 비해 4년 임기의 총장 자리는 교육부장관 평균 임기였던 8개월에 비해 ‘4년대계’를 보장하고 있다는데 차라리 위안을 삼아야 할까? 그러나 치열한 선거전으로 선출되는 4년 짜리 총장제도를 우리 대학에서 존속되는 한 대학발전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격이라 할 수 있다. 정상적 임용권이 무시되는 대학풍토 국립대학의 경우 교육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임용권을 가진다. 설립자가 정부이기 때문에 당연한 임용절차이지만 6공화국 이후 민주화의 바람은 가장 먼저 총장 직선제로부터 불기 시작하였다. 정부는 교수사회의 정서를 고려, 복수추천이라는 타협안을 수용하였으나 이는 명분일 뿐, 교수회의가 직선한 총장은 임용절차도 밟기 전에 심지어는 ‘총장당선’이라는 기사가 공공연히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설립자인 교육부장관의 제청권과 대통령 임명권을 규정한 법은 사실상 휴지화 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립대학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교수들이 국립대학의 관행을 들어 경영주체인 이사회를 압박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총장직선을 주장하는 교수협의회와 임용권을 고수하려는 재단간의 분규는 그러지 않아도 바람 잘 날이 없는 우리 나라 사학 캠퍼스에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재단의 권위가 확립된 소수 대학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립대학에서 재단이사회의 임용권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총장직선이 불러오는 대학내 갈등 이와 같은 우리 대학의 총학장 임용 관행은 대학의 경쟁력을 막고 있는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를 시정하기 위하여는 첫째 대학총학장의 직선제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설립자인 정부나 재단이 임용권을 행사하는 것만이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보장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교직원에 의한 직선은 학내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교수사회가 4년 내내 차기 총장자리를 겨냥한 사전 선거운동(?)으로 학내의 학문적 경쟁력을 위축시키고 구성원간의 갈등을 조장시켜 대학발전을 저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선’된 총장이 취임 초 부 터 겪어야 하는 보직문제의 갈등과 학연과 지연에 의해 대학총학장이 선출되는 현행제도는 그러지 않아도 ‘조직화된 무정부 an organized anarchy’적 속성을 가지고 있는 대학 사회에 총장의 리더쉽을 더욱 약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둘째 유능한 학외인사의 기용이 가능한 제도와 규정을 정착시켜야 한다. 21세기 정보화사회에서 우리 대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격상하는 일은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이다. 본교출신이 아닌 비 동창 외부인사의 기용은 총장으로 하여금 학내의 특정 그룹의 압력을 배제하면서 대학 교육시스템을 과감하게 개혁할 수 있는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본교출신이 모교발전에 동창들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점도 부정하기 힘들지만 장기적인 견지에서 학연과 지연, 그리고 전공분야를 초월하는 총장만이 대학의 개혁을 소신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게 된다. 한국대학의 리더쉽 위기 “재임 중 장관급 연봉에 은퇴 후 장관급 연금”을 보장 받게 되는 주요 국립대학 총장자리는 일반 교수에게는 선망의 대상일 수 있다. 그래서 4년 마다, 그리고 기회만 있으면 여러 사람이 돌려 가며 그 자리를 맡는다. 대학 발전의 장기계획도, 경륜도 펴 볼 수 없는 4년 임기는 교육수요자나 대학의 발전을 도외시한 부정적인 제도와 관행이다. 우리나라가 2만불 시대를 열기 위하여는 대학의 경쟁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대학발전에는 총학장의 강력한 리더쉽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먼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임기 중 65세 연령정년으로 중도하차하는 법규를 우선 보완하고 학내외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총장선발추천위원회 규정을 입법화하여야 한다. 사립의 경우에는 사학의 독립성 보장이라는 원칙이 손상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타 대학출신 외부인사영입을 공명정대하게 시행하는 대학에 대하여 행·재정상 보상을 고려할 수 있다. 대학을 정치판으로 만드는 직선제를 폐지하는 것이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는 제1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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