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광식(전 언론인/본지 고문)

상이한 체제의 3국 대학생들은 사회갈등의 가장 큰 원인으로 빈부격차를 들었다. 이 갈등과 대립 현상을 가장 많이 지적한 것은 중국이다. 왜일까? 중국은 제일 나중에 시장 경제에 진입한 나라다. 시장경제체제는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사회적 갈등을 댓가로 한다는 점을 확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많이 지적된 보수와 진보간 대립보다 2배수 이상의 대학생들이 이를 문제로 삼았다는 점은 주목할 점이다. 젊은 세대의 의문은 아마도 이 갈등이 경제발전과 소득 수준의 향상에 따라 크게 완화될 것인가에 있을 듯 싶다. 미국 사회에서 빈부문제가 예각화 되지 않는다던가.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일본에서는 세대갈등이, 한국에서는 노사대립이 상대적으로 핫이슈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성장 발전의 정도에 따라 완화되어가는 듯도 하다. 그러나 시장체제 국가에서의 빈부 격차는 심화되고 있다. 납세자분석을 통한 한 조사에 의하면, 미국의 상위 5%의 부자가 지배하는 부는 하위 45%가 차지하는 소득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소득 계층의 사회적 분석에서 심각하게 드러나는 변화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여러 사회적 갈등은 빈부의 엄청난 낙차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회개혁 작업의 우선 순위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제1과제로 제시한 것은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의 갈등이 어째서 심각한 문제인가를 웅변한다. 빈부격차 갈등 현상을 특히 부정부패라는 사회적 이유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가 된 것은 경쟁력의 소산이 아니라 '부도덕한 지름길'을 선택한 결과로 보는 경향이 크다. 부의 정당성 확보는 도덕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경제체제의 발전이라는 면에서 필요조건을 넘어 충분조건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경제체제의 지향점은 개방 시스템이다. 3국 대학생들이 시장개방에 반대 또는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각국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른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한국 학생의 14%만이 찬성하고 있다던가 일본 학생의 51%가 유보적인 반면 중국은 40%가 찬성하고 있다. 적어도 '개방피해'를 가장 심하게 입은 곳은 한국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가 아닐까. 시장개방에 대한 부정적 반응에는 이 흐름 자체가 미국에 유리하다는 정치적 이유도 있을 것 같다. 일본의 유보적 반응에서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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