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1월의 마지막 주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눈이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혹시 내가 있는 이곳 서울만 그런 건 아닐까. 잠시 의심의 촉각을 세워본다. 첫눈, 니가 내 앞에 안 나타난다 이거지. 그렇담 내가 찾아가지 뭐. 첫눈을 만나러 가는 7시간의 여행.
'첫눈 습격작전'에 돌입하기 앞서 일단 첫눈을 만나기 가장 좋은 곳을 물색해야 한다. 어디가 좋을까. 창 넓은 카페? 아니면 이문세 아저씨의 노래에 등장하는 광화문 네거리? 그것도 아니면 하늘과 가장 가까워 보이는 탑클라우드? 아무리 따져봐 봐도 영 '필'이 꽂히지 않는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이제부터 시키는 대로 따라하면 되니까. 이 글을 읽는 즉시 가까운 여행사에 뛰어가서 기차표를 예매하자. 출발시간은 11월 29일 낮 12시35분 청량리발 열차, 목적지는 가평. 돌아오는 표는 오후 6시12분 가평발 열차를 선택한다. 청량리역 도착시간은 오후 7시38분. 말 그대로 꼬박 7시간 동안의 여행이다.(왕복 기차요금은 1인 기준 1만400원) 드디어 11월 29일 토요일 오후, 가평역에 도착하는 시간이 약 두시 경이다. 역 앞에서 버스를 기다려도 좋지만 일단 손을 번쩍 들고 택시를 잡아 본다. 그리고 택시기사 아저씨에게 외치자. ꡒ남이섬 가 주세요!ꡓ라고. 많아야 4000원의 비용이면 남이섬 선착장에 닿을 수 있다. 커다란 표지판을 따라 입장권(왕복 도선료와 입장료를 포함해 어른 5000원)을 끊고 나면 바로 배에 오를 수 있다. 그리고 단 3분 만 기다리면 우리의 남이섬 상륙작전은 대 성공! 이쯤 되면 "첫눈 맞이 여행이 왜 하필 남이섬인가?"라는 궁금증이 일기 마련이다. 이제 선착장에서 내리자마자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라. 'JUN'이 보이냐고? 천만에, 잘 생각해 보면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두말하면 잔소리, 드라마'겨울연가'의 '자전거 씬'으로 유명한 그곳이다. 이제 느낌이 오는가? 이곳은 일년 내내 겨울 느낌에 젖어 있는 '겨울연가 공화국'이다. 여름에 찾아도 조금은 알싸한 겨울 내음이 묻어 나는 이곳, 이 만한 첫눈 맞이 장소가 어디 또 있을까.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쭈욱 걸어가자. 남이장군묘를 지나 잣나무 길을 따라 걷다보면 간간이 작고 귀여운 미니열차가 스쳐간다. 이름하여 '낭만열차'. 1인당 1000원이라고 하니 한번 타봐도 좋지만 왠지 열차 안에 앉아 있는 것보다 그 모습을 구경하는 게 더 재밌어 보인다.
걷다 보니 시장기가 느껴진다.'아점'을 챙겨먹고 나오긴 했지만 슬슬 요기를 해야할 시간. 게다가 길가에 간간이 식당이 자리하고 있어 아무데나 들어가고 싶은 맘이 굴뚝같다. 하지만 조금만 참자. 첫눈과 잘 어울리는 점심식사가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섬의 중앙부분에 자리한 드라마카페'연가'. 겨울연가 이후에 생겨난 이곳은 남이섬 최고의 명소로 꼽힌다. 조금 쌀쌀하니까 카페 안이 좋다고? 천만의 말씀. 바깥에 듬성듬성 놓인 나무토막 위에 일단 한 번 앉아 보자. 오늘의 추천 메뉴는 '옛날 도시락'. 은색을 입힌 철도시락에 김치와 밥을 담고 그 위에 계란을 얹은 다음 뜨거운 불 위에서 살짝 데워 완성하는 이 도시락은 바깥에서 먹어야 제 맛이다. 가격은 4000원, 곁들여 먹으면 더욱 좋은 '땅 속 깊은 김치전'은 5000원이다. 이제 기운이 조금 생기는가. 그렇다면 슬슬 남이섬 일주에 나서볼까. 연가 맞은편에 자전거 대여소가 자리잡고 있으니 자전거를 한 대 빌리자. 시간은 30분이면 족하다. 1인용은 3000원, 2인용의 경우 6000원이면 OK. 자전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다보면 다양한 동물 가족과 만난다. 이 가운데 씩씩한 타조 녀석들이 유난히 눈에 띈다. 최근 들여온 캐나다산 타조 가족의 별명은 깡타. 깡패 같은 행위(?)을 일삼는 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팁 하나, 휘파람을 불어주면 경계심을 없앤다고 하니 혹시 이 녀석들과 일대일 대치상황이 벌어지면 활용해 보자. 운동도 했고 이제는 문화의 향기에 젖을 차례. 무료로 개관하는 갤러리 레종(Raison)과 '그때 그 시절'이라는 제목의 인형전시회를 둘러보자. 하지만 이 보다 더 시선을 끄는 것은 입구에 벌어진 좌판. 국자에 설탕을 담고 녹여 먹는 뽑기 그리고 쫀득이, 무지개 등 다양한 이름의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앤틱 구멍가게'와 야바위가 가세한 이곳은 세월의 흐름을 잠시 잊게 한다. 모든 불량식품을 1000원에 세 개씩 묶어 판매하고 있는데, 추천 패키지는 구워먹으면 더 맛있는 '쫀득이' 시리즈다. 오후 5시, 이제는 해도 떨어질 채비를 마쳤고 날씨도 서늘해 졌다. 이럴 때 마시는 커피 한 잔, 세상의 어떤 음료가 이 보다 더 맛있을까. 카페 '연가' 인근 아트숍 앞에서 판매하는 종이커피가 맛있다. 이 가운데 모카카푸치노가 강추 상품. 가격은 1500원이다. 커피를 마시며 아트숍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아까 자전거 타다가 만난 깡타의 캐릭터 상품이 귀엽다. 인형 작은 것이 6000원, 큰 건 8000원. 아직까지 눈이 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억울해 할 것 없다. 겨울 느낌 가득한 남이섬에서 보낸 7시간은 첫눈을 맞이한 그 날 보다 훨씬 더 깊은 추억으로 남을 테니까. <기사제공=캠퍼스 라이프>홍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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