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창간 15주년 기념으로 지난 9월부터 한,중,일 세 나라 대학생 1500명을 대상으로 국가 정치관, 경제관, 생활관등 7개 분야에 걸쳐 의식 조사를 했다. 때마침 한국이 새로운 동북아 시대를 열어가자고 주창하는 시점에서 그 미래를 짊어지고 갈 대학생들의 의식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사 결과가 상당히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는 다음 두가지의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 이것은 우리만이 아니라 동북아 3개국 대학생들에 대한 동시적 의식 조사로서 우리민족의 미래를 우리와 가장 밀접한 이웃 국가와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거시적으로 고찰하는 최초의 설문조사 자료라는 점이다. 둘째, 우리 한국은 물론 동북아시아 그리고 더 나가서 미래의 국제사회에서 누구보다도 큰 영향력을 미칠 명문대 학생들이므로 그들의 의식구조 조사 자료는 우리의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데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한국 대학생들의 의식을 다른 두나라와 비교해 봄으로써 우리의 문제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유의미한 것은 국가,정치관이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중국의 발전적 미래에 대해 긍적적이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반면 한국의 대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역동성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정치적 불신감은 상대적으로 높게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에 대한 뚜렷한 지향점이나 개인적 목표 설정에서 상당히 정체성의 위기감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한국 대학생들이 선택한 삶의 형태는 “즐기는 삶”이라는 것이다. 이것 자체만으로 본다면 큰 문제는 없다. 공부 잘해서 명문대에 가고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등은 결국 누구나 잘 먹고 잘 살자는 것 아니겠느냐고 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대학생보다 “즐기는 삶”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우리의 대학생들이 보다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우리는 IT분야등 경제분야에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를 이끌어 가는데 있어서 삶의 가치관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충실성과 보람이 갖는 원동력과 즐기는 삶이 갖는 원동력은 현격한 차이를 나타낸다. 그리고 이것이 국가적 난국을 만날 때는 더욱 큰 문제가 된다. 전쟁이 나면 참전하겠다는 학생이 한국은 중국의 반밖에 안 된다. 우리의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이 솔선수범해서 젊은층에게 새로운 비젼과 국가적 방향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이 확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조사 결과가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각 분야별로 우리의 열린 미래를 조망하는 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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