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장관 출신 문용린 교수, 자녀교육 지침서 발간

"엄마, 왜 나를 이렇게 키웠어? 왜 나한테 정작 필요한 건 안 가르쳐 주고 공부만 시켰어?" 대치동 학원 시스템을 마스터하고 시험 봐서 들어가는 목적성 강한 고등학교 출신에, 새가 날다 추락사한다는 국립 대학교 졸업장까지. 한국교육이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작품이지만 사회에 나와서는 "너 초등학교 야간 나왔느냐?"같은 소리를 듣는다. '학교에서는 정말 잘 나갔는데, 내가 왜 이럴까?' 자괴감에 빠져 머리를 감싸지만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다. 스스로 공부하는 법,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정답 찾는 요령만 익히고 사회에 나왔으니 그럴 수밖에. 부모에게 '왜 저를 이렇게 키우셨나요'라고 항의해보지만 이미 때 늦은 후회일 뿐이다. 30년간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전(前) 교육부 장관 문용린 교수가 일그러진 한국 교육의 현실에 일침을 놓는 책 '부모들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쓴소리'(갤리온)를 펴냈다. "초등학교 때부터 10년 넘게 공부만 했던 거 같아요. 놀아본 기억이 거의 없어요. 특별한 취미도 없고, 친구도 별로 없어요. 대학만 들어가면 실컷 놀겠다고 작정을 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어떻게 놀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어린 시절 축구공 하나만 있어도 해 지는 줄 모르고 놀던 아이였을 텐데 스스로 공부하는 법은 물론 스스로 공부하는 법까지 잊어버렸다. 저자는 참 슬픈 고백이라고 한탄한다. 부모들은 책상 앞에서 하는 공부만 공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흔히 '인생 공부'라고 하듯이 뭔가를 배우고 깨치는 것은 다 공부다. 축구 좋아하는 아이가 축구하는 것도 공부, 만화 좋아하는 아이가 만화 보는 것도 공부다. 정말 만화 좋아하는 아이들은 일본 만화를 원서로 보려고 독학으로 일본어를 배운다. 그러다 보니 일본어를 더 공부하려고 외고에 진학하고 나중에 일본 유학도 가게 되더라는 것. 아이에 대한 욕심, 아이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고집, 부모의 허영 등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버려야 할 것은 많다. 그러나 버려야 할 것을 버리고 나면 아이 속에 묻힌 금맥이 보인다. 공부에 질린 아이는 서울대가 아니라 하버드를 나와도 성공할 수 없다. 저자는 아이에게 책상 앞에서 하는 공부만을 강요하는 것은 금맥 옆에서 석탄을 깨는 짓이나 마찬가지라고 역설한다. 244쪽. 9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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