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인천대 교수(경제) /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

교육수장이 김병준씨로 바뀌었다. 아마 또 새로운 교육정책들이 쏟아질 것이다. 김병준 부총리에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별 기대가 없다. 많은 교육계 인사들은 반대했지만 1년 여 전 김진표씨가 교육부총리로 지명되던 날 필자는 남다른 기대를 걸었다. 오랜 경제관료 출신이라 독점의 폐해가 무엇이고, 규제에 따른 반발과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를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혹시’는 ‘역시’로 끝났다. 출범 초기 경제 마인드 운운하던 김진표씨는 과거 어느 교육부총리보다 정치적이었다. 사실 우리 교육 시스템은 근본부터 수정되어야 한다. 어쩌면 정권차원의 승부일 수도 있다.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은 대통령 하에서, 그것도 레임 덕에 허우적거리는 상황 아래서, 정면승부를 걸 수도 없을 것이다. 혹 건다고 해도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그래서인데 김병준 부총리께 “하는 일 없이 월급 타먹기가 미안하다고 이것저것 건드릴 생각은 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충고 드린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 말마따나 ‘안 하는 것도 훌륭한 정책’이다.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는 기본적으로 교육을 국가가 독점하는데 기인한다. 독점은 ‘경쟁부재(競爭不在)’를 의미한다. 경쟁할 유인이 없는데 개선이 가능할 것인가? 학교는 관청화되었고 교사는 관료화된 지 오래다. 학교는 변하지 않고 교사는 움직이지 않는다. 국가독점체제 하에서 교육관료, 학교, 교육경영자,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기득권을 지킬까만 몰두한다. 학생·학부모는 21세기 세계화·정보지식사회에 눈높이를 맞추고 있는데 우리 공교육 시스템은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논리에서 헤매고 있다. 우리 교육은 ‘시대지체(時代遲滯)’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여당의 주요 인사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 줄 세우기 교육’을 비판해왔다. 필자 역시 현실인식 면에서는 이들과 생각을 같이한다. 그러나 “한 줄 세우기 교육이 왜 나왔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다. “대학의 이기주의다”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이다” ··· 등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진단들만 내놓는다. 이기주의, 교육열, ··· 이런 것들이 통제가능한가? 좋은 것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좋은 것 추구를 억누르는 그 어떠한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줄 세우기는 국가의 교육독점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다. 동일한 교과서, 획일적 교육과정, 통제된 교육활동 하에서 ‘한 줄서기’가 안 일어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교육문제의 근본해법은 자유와 자율 그리고 자기책임의 원칙을 되살리는데서 시작해야 한다. 학교가 학생선발권을 가지고 학생·학부모가 학교선택권을 가져야 한다. 학교는 좋은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특색과 개성이 있는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나아가 학교·교실 단위에서 다양한 미시적 교육실험이 이루어져야 한다. 성공한 실험은 보상을 받고 실패한 실험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만 개, 십만 개의 줄이 만들어진다. 만 명, 십만 명의 1등을 키우는 교육이 가능해진다. ‘쇠귀에 경 읽기’인 줄 알지만 교육수장이 바뀌었다 길래 해보는 넋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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