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사관학교가 올해로 개교 60주년을 맞았다. 1월17일이 개교기념일이지만 6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해사 출신 원로 등 모든 해사 가족들이 함께 하기 위해 혹한기를 피해 다음 달 2∼3일 기념행사를 갖는다. 개교 이래 지금까지 배출된 7천여명의 정예 장교들은 해양 진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여건에 맞춰 안보의 중추로서 막중한 역할을 해왔다. 기념행사가 열리는 이틀간 진해 해군사관학교 교정에서는 해사 1기에서부터 1학년 생도인 64기에 이르기까지 동문 및 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해사인의 밤', 전사자 추모비 참배, 국군방송 위문열차 특집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며 3천발의 축포가 진해 앞바다를 수놓게 된다. 특히 동문들은 졸업 후 수십년만에 생도 기숙사인 '세병관'에 하룻밤을 머물면서 생도시절의 추억을 되새긴다. ◇해군정예장교의 요람 = 해군사관학교는 3군 사관학교 중 가장 먼저 창설됐다. 1946년 1월17일 3.1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손정도 목사의 장남이자 해군 창설의 주역인 고(故) 손원일 제독이 부친의 독립군 정신을 이어받아 진해에 해군병학교를 창설한 이래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해사의 전신은 1893년 3월22일 고종황제가 강화도 갑곶진 근처에 세운 지금의 해사에 해당하는 통제영학당(統制營學堂)이다. 영국 민간인 영어교사 허치슨과 영국 해군 예비역 대위 윌리엄 콜웰, 예비역 부사관 제임스 커티스 등이 군사학, 항해학, 포술학 등을 가르치다가 1년만인 1894년 7월15일 문을 닫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교육이 일시 중단되고 해사 전투사령부가 발족, 당시 해사 4∼7기 생도 전원이 창원지구 및 해상 전투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후 많은 해사 졸업생들은 월남전 파병, 연평해전, 서해교전, 이라크 파병 등 국가 존망과 관련된 수많은 전선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했다. 해군 및 해사를 창설한 손 제독을 비롯해 한국전쟁 중 서해안 봉쇄 및 인천상륙작전에서 공을 세운 고 현시학(1기) 제독, 베트남 전쟁 중 월맹군이 던진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부대원을 구하고 전사한 고 이인호(11기) 소령, 역시 같은 전쟁에서 적의 총탄을 맞고 숨이 끊어지는 와중에도 품속의 지도를 꺼내 적의 위치와 공격방향을 아군에 알려줬던 고 전창우(19기) 소령, 서해교전에서 끝까지 북방한계선(NLL)을 사수하다 장렬히 산화한 고 윤영하(50기) 소령 등이 대표적이다. 1999년 57기생부터 여자사관생도를 선발, 현재까지 4개 기수에서 70여명이 항해, 항공, 정훈 등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는 57명의 여생도들이 미래를 꿈꾸고 있다. 특히 올해 임관한 강 경(60기) 소위는 해사 역사상 처음으로 입학과 졸업 수석의 영예를 독차지했고 2004년 이후 3년 연속으로 여생도가 수석졸업하는 등 '여풍'(女風)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해사는 개교 60주년을 맞아 50억원을 목표로 발전기금을 조성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기업체와 해사 및 해군장교후보생(OCS) 출신 장교, 학부모 등으로부터 모두 35억원을 기부받았다. ◇활기넘치는 생도생활 = '진리를 구하자' '허위를 버리자' '희생하자'라는 교훈을 구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해사는 자율성을 확대하고 학습동기를 유발하는 방향으로 교육체계를 개선해왔다. 기본적으로 생도들은 생도대장의 지휘와 함께 생도들의 자치조직인 명예위원회 및 자치지휘 근무제도를 통해 내무생활을 꾸려나간다. 1학년은 복종심을, 2학년은 모범정신을, 3학년은 솔선수범을, 4학년은 지도자로서의 품성 함양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다. 학과수업 이외에 생도들은 다양한 동아리 및 체육, 문화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동시에 미래 장교로서의 자율적인 지도력을 키워나간다. 생도들은 각종 어학반과 연극반, 보컬반, 응원반, 바둑반, 인라인스케이트반, 요트반, 미식축구반, 검도반 등을 통해 체력과 동시에 감성 함양에도 진력한다. 요리반, 꽃꽂이반, 에어로빅반도 있다. 교내 생도회관에는 당구장과 볼링장, 음악감상실, 영상실, 낚시장, 윈드서핑장 등이 마련되어 있어 일반 대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젊음'을 만끽할 수 있다. 생도들은 전원 2∼4인용 기숙사인 '세병관'에서 4년을 보낸다. 각 방은 물론 교내 곳곳에 인터넷 연결시설이 있기 때문에 개인별로 지급된 노트북을 통해 언제라도 '서핑'을 할 수 있어 '네티즌'인 신세대 생도들의 욕구를 해소하고 있다. '바다의 용사'로서 거듭나야 하는 만큼 매년 여름 수영을 배워 입학 당시 수영을 전혀 하지 못했던 생도들도 인명구조원 자격증을 취득해 학교문을 나서게 된다. 생활공간이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연 2회 정기휴가가 있고 주말에는 외출 및 외박도 가능하다. 고참인 4학년은 수요일도 외출이 허용된다. 2학년 때에는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전국 주요 명승지와 유적을 돌아보는 1주일간의 행군을 실시한다.(연합)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