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진자 단국대 교수 / 전국여교수연합회장

교육인적자원부가 ‘여교수 채용 목표제’를 실시한 지 올해로 3년이 되었다. 국·공립대학에 한해서라도 여교수 20% 채용을 강제사항으로 시행한 탓인지 몰라도 2006년에 새로 임용된 교수 중 여교수 비율이 26%를 기록하게 됐고, 전국 대학교 평균 여교수 비율도 16%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들 중에서 32%가 비정년트랙 여교수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표면적 수치로는 지난 몇 년 간 상당히 진전된 성과이다. 그러나 다수의 남성 교수들이 주도하는 대학조직 내에서 여교수들이 겪는 수난은 생존 의지까지 포기하는 자살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한 측면도 있다. 얼마 전 지방 국립대에서 여교수채용목표제 실시로 그 학과의 유일한 여교수로 채용되었다가 첫 학기를 못 넘기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진상조사결과를 대학 측이 외부로 공개하지 않아서 구체적인 원인은 알 수 없으나, 동료 남자교수로부터 받은 수난이 원인이었다는 것은 그 주변에서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만일에 그러한 위협과 수모 등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료 여교수가 같은 과에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성비하 사상이 뿌리 깊은 지방의 대학에서 20여년 이상을 버티어 온 여교수들의 지치고 탈진된 고백을 들어보면, 연구 활동이나 강의에 정진하기 보다는 연속적인 수난으로 자신의 능력을 낭비하고 있어 대학발전이나 학생들 교육의 질적 저하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어느 대학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물론 이러한 현상을 제대로 납득하지 못하는 여교수 주도의 예능계, 간호대, 가정대 또는 여자대학 등을 천국이라고 부르는 것이 여교수들 간에는 상식으로 되어 있다. 이상과 같이, 요즘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는 ‘여고남저’ 현상의 시대에 아직도 ‘남고여저’ 사상으로 인권이 손상 받는 대학교수사회의 한 단면은, 비단 어느 특정 대학의 일만이 아님을 모든 남여공학의 여교수들은 체험을 통해서 알고 있다. 이렇듯 남성교수들 틈에서 말 못할 수모와 인권 유린을 당하는 수많은 사례들은 해당 여교수들이 그나마도 그 조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노출을 꺼리고 있어 외부로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쩌다 노출되는 경우,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해당 여교수의 성격문제로 사안의 원인을 몰고 가는 것이 뻔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문제제기조차 포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양성평등제, 여교수채용목표제 등의 실시로 인한 표면적인 여교수 채용 수치의 증가와 더불어, 이제는 그 배후에 이렇듯 표출되기 어려운 여교수들의 인권 실상을 적시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남성교수 주도의 또는 남성교수들에 둘러싸인 소수의 여교수들이 겪는 실상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이나 네트워크가 설치되어야 하고, 또 이들이 겪는 상황을 제대로 알려서 이러한 사태가 개선될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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