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 / 전주대 홍보팀장, 문학박사

나는 개인적으로 WTO의 교육개방저지 운동을 보며 착잡한 생각을 가진다.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교육이 구호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이상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논란이 일고 있는 교육개방 1차 양허안(개방계획서)을 제출시한인 3월말까지 제출키로 했다. 고등(대학)교육, 성인교육 부분으로 한정한다고는 하지만 몹시 씁쓰레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책임 있는 교육 담당자들이 지금까지 뭐하고 있었느냐 하는 점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교육을 단편적이고 감정적으로 바라보지 말자는 점이다. 교육시장 개방의 문제가 어디 어제 오늘의 얘기였던가. 1995년 WTO 내 GATS(서비스 일반 협정)에서 교육분야를 서비스 분야로 규정할 때부터 그러한 논의가 오갔다. 적어도 그 때에 교육에 관한 책임 있는 당국자 및 학교 책임자들이 현실적인 대안을 내 놓았어야 한다. 이제 와서 개방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시기를 놓쳤거나 시의가 부적절하다는 느낌이다. 어떤 면에서 교육종사자들이 자기 밥그릇 챙기려는 인상마저 든다. 국내 교육의 질적인 향상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개방하느냐 하는 소리는 이젠 설득력이 부족하다. 몇 년이라는 세월을 무대책으로 일관하며, 시간을 낭비한 주체가 누구인가를 우리는 잠시 생각해 봐야 한다. 대학의 예를 보면 자명해 보인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은 대학위기를 예견해 왔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교육시장의 개방은 모든 대학인의 화두였고 개혁안의 단골 메뉴였다. 이런 면에서 한국의 고등교육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사립대학은 유구무언 해야 마땅하다. 학교법인이나 대학 당국이 교육재정 확보, 교육시설 투자, 특성화, 등을 한다고 했지만 학생등록금에 의존하는 정도였으니, 외국대학에 경쟁하기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국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제 과감한 투자 없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며, 말로만 이루어지는 요술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꼭 돈이 드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개혁적 조치가 지지부진 한 점도 없지 않다. 서울의 K대학이 교수임용 시 영어강의를 하지 못하면 임용을 않겠다고 한 것을 보면 왜 진즉 이러한 소프트한 분야만이라도 시행하지 못했는가를 대학인들은 속시원히 국민에게 답해 주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아집과 기득권을 버리고,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 국제경쟁력 제고의 길로 나서야 하며,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논리에서 깨어나야 한다. 교육은 분명 백년대계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미명 아래 할말을 못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으니 답답하다.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 교육시장을 개방하자면 순간 역적이 되는 느낌이다. 우물 안을 탈출하여 세계를 바라보고, 좋은 교육을 받고 싶다는 것이 잘못일까. 언제까지 교육식민지 운운, 교육주권 운운, 교육매도 운운하며 쇄국적으로, 또는 폐쇄적으로 대처할 것인가. 이미 세계는 교육이 서비스 분야라 인식하였다. 교육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교육서비스이다. 학습자도 학부모도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싶고, 학교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애국심에만 호소하거나 민족적 차원의 폐쇄적인 태도는 세계화시대의 도도한 문명사를 막아낼 수 없다. 이제 교육은 세계 무대로 나가야 한다. 당당히 외국학교와 경쟁하고 생존하기 위해서 지혜를 마련해야 한다. 외국은행이 들어올 때 국내은행은 다 죽는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러나 은행의 합병을 통해 외국은행과 당당히 겨누어 이 위기를 극복했다. 대학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없어질 학교는 빨리 없어지고 합쳐야 할 학교는 빨리 합병해 은행의 지혜를 본받아야 한다. 모든 대학은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우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뒷전이고 외국대학만 오지 말라고 외친다면 소비자인 학습자와 학부모는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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