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환 (본지 편집국장)

캠퍼스가 기지개를 켜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새내기들은 어리둥절한 가운데 대학생활을 시작할 것이고 재학생들은 수강신청등으로 분주하게 새학기를 준비한다. 봄은 어김없이 우리곁에 다가오고, 캠퍼스는 새 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따뜻한 온기가 넘쳐나고 있다. 말 그대로 희망과 도약을 다짐하는 계절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는 것과는 달리 지금 대학은 새로운 변화와 개혁이라는 큰 벽에 직면해 있다. 당장 학생수의 감소에 따른 대학의 위기는 발등의 불이 되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 아래 대학 특성화도 큰 과제가 되었다. 학습 여건을 개선하고 그에 필요한 교육 환경의 확충도 미룰 수 없다. 정원 조정과 학과간 통폐합, 행정 지원 체제의 혁신도 필요해 졌다. 대학 간 통 폐합도 구체화되고 있다.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대학이 정책 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알아 보기 위해 최근 각 대학의 기획처장등 정책기획 담당자들에게 올해 각 대학이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중 가장 중요한 것 세가지씩만 제시해 달라는 질문을 한 바 있다. 이 결과를 보면 각 대학이 처한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개혁’과 ‘평가’로 모아져 있었다. 각 대학이 공통적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정책 목표는 대학 특성화이다. 학제를 재편하고 정원을 조정하며 특성화 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지원하여 대학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지방대학의 경우는 산학협력을 활성화하고 지방대 혁신 역량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사업을 바탕으로 학과나 대학 종합 평가등에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답도 있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교육 프로그램의 강화이다.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연구공간을 확충하며 우수한 교수 확보에도 치중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설이나 공간의 확보에 주력하겠다는 대답도 많이 있었다. 그밖에 균형재정의 달성, 구조개혁, 행정서비스의 혁신등을 정책 목표로 꼽은 대학도 많았다. 이 조사는 대학이 올해 정책목표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알아 보고자 함이었지만 분석을 해 보면 대학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도 나름대로 읽을 수 있었다. 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획처장들은 대학이 처한 현실적인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은 갈수록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도전을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가느냐에 따라 대학의 명암이 달라질 것이다. 그동안 수십년동안 지탱해온 대학의 양적 팽창시대에 안주해온 관행과 형식에 얽매여서는 더 이상 대학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최근 교육부 감사에서도 밝혀졌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여전히 부정과 비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학교 운영자가 학생들의 등록금을 빼서 개인 용도로 쓰는 등의 행위는 대학 존립에 대한 모독이요, 행패이다. 그런 대학은 더 이상 대학이라는 이름을 써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의 대학도 이제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을 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커졌다. 본연의 교육 기능도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여야겠지만 경영도 투명해져야 한다. 대학의 정책 목표가 아무리 거창하더라도 뒤로는 학교를 사유화하고 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생각하고 자의적으로 운영을 한다면 개혁이나 변화의 시도는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 춘삼월 꽃피는 계절에 대학에서 희망의 좌표가 바로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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