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여성인력 개발 활발..대학 내 여성 차별 관행 여전..여대 경쟁력에 의문부호 제기

최근 들어 우리 사회가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하루 속히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한계와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계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돌파구, 이 중 하나가 바로 여성인력 개발이다.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여성의 능력과 가치를 통해 발전의 활로를 찾자는 것. 이를 위해 여성부 신설 등 정부도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각종 여성 단체들은 앞 다퉈 여권 신장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는 대학도 마찬가지. 현재 대학가에서는 여성인력 개발이 활발하다. 여대는 물론 남녀공학 대학에서도 다양한 여성인력 개발 프로그램을 마련, 이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학 내 성차별이 여전하고 여성인력 개발을 위한 예산 및 인력 부족, 제도적 장치 미약 등 문제점들도 나오고 있다. 또 여성 리더 양성의 메카였던 여대의 경쟁력에 의문 후보도 제기되고 있다. ■ 대학가, 여성 인력 개발 ‘활발’...예산∙인력 지원 확대,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여성인력개발을 위해 대학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일찌감치 여대에서 여성 인력 양성에 노력해오고 있는 것은 물론 연세대, 한양대 등 남녀공학 대학에서도 여성 인력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예산과 지원이 현저히 부족하고 또 아무리 대학에서 여성 인력을 양성한다고 해도 사회에서 이 인원을 활용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여성 인력 양성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곳은 역시 여대들. 숙명여대는 이번 수도권 대학 특성화 사업에 ‘리더십 교육’을 사업 분야로 신청할 예정인 만큼 여성 리더 양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리더십 특별전형에 의한 장학생 선발, 리더십 관련 과목 복수전공 인정 등 다양한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화여대 역시 직장인, 전문직 종사자, 공무원, 기업 여성 CEO 등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들을 위해 ‘리더십과정’을 실시하고 있다. 신라대, 아주대, 전북대, 충남대, 한양대 등 5개 대학은 여성부 지원으로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대학들은 학교마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하며 여대생 리더십 캠프처럼 5개 대학이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연세대 역시 지난 2002년 말 여성인력개발연구원을 설립하며 여성 인력 양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연세대는 특히 여학생들을 소수그룹으로 편성한 뒤, 동문선배들과 연계해주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대학이 여성인력 개발에 보다 매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 여성인력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들의 경우 담당인력이 한, 두명에 불과하고 예산도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다. 한양대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장기영 연구원은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1년 반 전에 비해 센터를 찾는 학생들이 부쩍 늘고 있다"면서 "하지만 보다 좋은 질과 많은 양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산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2002년 펴낸 ‘여성인력과 기업경쟁력’이란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기업들이 대졸 여성 사원을 선발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20%에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해에 졸업하는 여학생들의 수를 감안해 볼 때, 아직도 많은 여성인력들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오경자 연세대 여성인력개발연구원장은 “현재 여성들은 사회에 진출한 뒤 우수한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한 현실”이라면서 "대학이 여성 인력 양성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여성 인력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대학 내 성차별 관행 ‘여전’...여성인력 개발 최대 걸림돌 “여자들은 그저 조용히 있다 시집 잘 가면 그게 최고야”, “여자 몸으로 이 힘든 실습을 견디겠어? 위험하니까 빠져.”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불평등한 대접, 즉 성차별은 이제 옛말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직도 대학 내에서는 이 같은 성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비록 이전만큼 성차별의 표현과 방법이 직접적이진 않고 성차별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긴 했지만 성차별의 뿌리까지 뽑히지는 않았다. 성차별은 단지 여성 비하라는 것뿐 아니라 이것이 결국 여성인력개발의 걸림돌이란 점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성차별은 여성이란 존재를 어느 선에서 한정짓고 그 이상 개발 가치를 두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 대학 총여학생회에 의하면 아직도 선∙후배 간 심지어 교수들에 의한 성희롱 및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서울 소재 한 대학의 경우 지난해 기숙사 야유회에 참가했던 여학생들이 신체접촉 게임, 군대식 분위기 조성 등 환경적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인 바 있으며 또 다른 대학에서는 수업 시간 중 교수가 “여자들은 시집만 잘 가면 된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숭실대 총여학생회장 신치 양은 “아직까지 여성을 잠정적인 주부, 혹은 어머니로 인식하고 있고 이는 대학 내에서도 마찬가지”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여학생들은 점점 주체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성차별과 관련 이공계 여학생들의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의 경우 남학생들이 다수여서 여학생들이 쉽게 성희롱 등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또 여성이란 이유로 받는 과보호는 오히려 제대로 된 교육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개발원 민무숙 교육연구부장은 “기계를 접할 기회가 흔치 않은 여학생들이 초기 교육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여성이란 이유로 과보호를 당해 필수적인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남성 중심의 교육과정이 문제”라고 말했다. 민 부장은 “군산대처럼 여학생 특별프로그램 개발위원회를 설치해 여학생들의 전기 및 기계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적극적으로 실습에 참여토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 여대 경쟁력에 의문 부호 제기 여대는 전통적으로 여성인력 개발의 선봉장이자 산실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남녀공학 대학에서도 몇 년 새 여성인력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여대 출신들은 아직도 남성에 기대려는 욕구가 강하다는 비판으로 여대 경쟁력에 의문 부호가 제기되고 있다. 즉 과연 여대가 진정한 여성인력 양성소가 맞냐는 의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대들은 ‘이상 무’라고 단언하고 있다. 여대 위기론은 사실 지난 96년 상명여대가 상명대로, 97년 부산여대가 신라대로 전환되면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이 두 대학은 여대로서는 반쪽짜리 학문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사회에 적응하는데 한계가 있어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단행했다. 이 후 잠잠하던 여대 위기론은 최근 몇몇 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진행되면서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서울여대는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했다가 학내 구성원 및 동문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막상 여대들은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해 제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고 남녀공학과 차별된 여대의 노하우와 특성을 십분 살려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졸업생 취업률 현황도 꾸준히 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취업 경쟁력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고 있다. 학교 측 한 관계자는 "만약 남학생들에게 유리한 건설 쪽으로 취업 추천 의뢰가 들어오면 남녀공학에 다니는 여학생들은 오히려 취업과 관련 성차별을 당할 수도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여대의 학생들은 동일한 기회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서울여대 역시 여대라는 특징을 적극 활용한다면 남녀공학 대학보다 훨씬 유리하게 우수한 여성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대의 경우 여성에만 초점을 맞춰 대학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 김명주 서울여대 입학관리처장은 “우리대학은 바롬교육, SL(Service Learning) 프로그램, IT 단기사관학교 등 다양한 맞춤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특히 여대의 강점인 인문, 사회 분야에 IT를 접목시킨 과목이나 강좌가 학생들에게 매우 유익하고 취업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라고 말했다. 결국 여대들은 지금, 보다 많은 여성 리더를 배출하기 위한 그들만의 경쟁력에 전혀 이상이 없음을 자신하고 있다. <정성민∙김준환∙이현준∙김슬기 기자 news@unn.net>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