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현장과 서울대 생각은 전혀 딴 판”

“학교 교육 없는 논술 대비는 있을 수 없습니다. 저희가 논술 출제 가이드라인을 출제위원들에게 제시할 때는 교과서의 발전문제와 심화문제만을 풀 수 있어도 충분히 풀 수 있는 논술 문제를 출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경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 연구교수) “논술 문제가 어렵지 않다고 자꾸 말씀하시는데 실제로 학생들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매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아주 우수하다고 하는 학생들도 문제를 바라보며 부담을 느낍니다. 지금 서울대가 원하는 논술의 수준이 공교육을 아우를 수 있다고 보십니까.” (간호익 수원 수일고 교사)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서울대 입시정책 세미나’에서는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와 교육청 장학사, 고등학교 교장과 교사가 참석해 서울대 입시정책을 놓고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서울대 측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정책과 논술고사 방향을 알리는 한편 교사 등 현장의 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과 김경범 연구교수의 발제를 통해 서울대는 2008학년도 입시가 ‘공교육 정상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의 반응은 달랐다. 김옥희 부산 서여고 교장은 “서울대 입시가 논술을 강화하고 나섰는데 실제 현장에서는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교육과정에서도 논술을 할 시간이 없고 지도할 교사도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체 무슨 수로 논술 교육을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천안 중앙고 김형규 교사는 “서울대가 내놓은 예시문제를 학생들에게 풀도록 했더니 체감난이도는 서울대가 예상하는 것 이상”이라며 “서울대와 현장의 눈높이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현장 목소리를 입시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서울 숭문고 허병두 교사는 “현행 논술시험은 근본적 한계가 있고 답안작성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평가하는 닫힌 시험”이라며 “학교의 현장교육은 물론 글쓰기 교육에 대한 지원 등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논술 교육을 한다는 것은 교사의 교육 문제 뿐 아니라 학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영정 입학관리본부장이 “입학관리본부가 하는 것은 입학정책으로 시험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학’을 이룰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라며 입학정책으로 단어를 수정하기를 건의하자 부산 한국과학영재고 교사는 “서울대이기 때문에 입학과 입시를 구분하는 것은 마인드가 잘못된 것”이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사교육 해서 서울대 들어올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현장에서 보면 똑같이 우수해도 사교육 많이 받은 학생이 서울대에 합격하더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가 교수 800명을 두고 논술 연수를 하겠다는 것은 논술을 강화하면서 사교육을 조장해온 서울대가 결자해지를 하겠다는 의미에서는 잘한 일”이라면서도 “서울대가 직접 사범대학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강의라도 실시한다면 시골에서도 사교육 없이 충분히 논술 대비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경기도 교육청 성은주 장학사는 “서울대가 실시한다는 800명 연수는 교사 전체로 놓고 봤을 때 굉장히 적은 규모”라며 서울대의 교사 연수가 '면피성'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사이버 연수로 60시간 정도로 구성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교육연수원 윤여복 장학사는 “서울시 교육청에서 매년 교사들의 논술연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대학들이 그렇게 무심할 수가 없었다”며 “자연계열 논술 강사가 필요해 서울대, 연고대 등을 통해 강사를 의뢰했지만 일언지하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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