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의 관심을 한 몸에 모았던 영국 더 타임스지의 ‘세계 200대 대학’ 순위가 지난 5일 발표됐다. 모처럼 길었던 추석연휴에 마음 느긋하게 쉬고 있던 대학들에게는 깜짝 뉴스가 아니었나 싶다. 지난 8월 상하이 자오퉁대학의 세계대학 순위 발표 직후 만난 서울대, 고려대 관계자들이 “더 타임스 순위가 떨어질까 걱정 된다”고 엄살을 부린 것과 달리 서울대와 고려대는 지난해보다 30단계 이상 오르는 호조세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이들 대학은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다. 반면, 더 타임스 순위 발표로 진통을 겪는 대학들도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연세대가 그렇다. 카이스트는 무려 55단계나 떨어지며 간신히 200위내에 이름을 올렸다. 카이스트 관계자는 “어떻게 순위가 그렇게 갑자기 떨어질 수 있냐”고 반문하며 “순위가 엉터리”라며 허탈감을 토로했다. 학교측은 이번 발표와 관련한 대책마련을 위해 서남표 총장 주재로 평가 결과를 놓고 긴급 회의를 열기도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0위권 진입에 실패한 연세대 역시 이른바 초상집 분위기에 휩싸였다. 특히 정창영 총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 특히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대학 순위 발표는 대부분 영국과 미국의 수험 시즌을 앞두고 이뤄진다. 대학 순위 자체가 수험생들의 대학 선택을 위한 것이기 때문. 영국에서는 수능시험 성적에 해당하는 A레벨 테스트의 성적이 나오기도 전에 대학에 지원해야 하는 독특한 입시 체제 때문에, 미국에서는 대학이 ‘너무’ 많아 학생들의 선택이 어렵다는 이유로 대학 순위 발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더 타임스지나 상하이자오퉁대학의 세계 대학평가도 이러한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그러나 우리 대학에 있어서 세계대학평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어떤 평가든 100% 완벽하게 신뢰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대학평가는 하나의 잣대가 돼 대학들을 이리저리 흔들어 놓고 있다. 물론 세계대학평가를 수단으로 대학의 ‘브랜드네임’을 강화해 경쟁력도 같이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에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학경쟁력 분석협의회’까지 교육부 내에 설치해 가며 대학평가를 준비하는 우리의 모습이 옳은 것인지는 의문이다. 사실 대학 순위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대학 순위가 어떻게 ‘나왔나’라기 보다 결과를 놓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까’가 아닐까. 대학 순위는 과거일 뿐 정작 앞으로의 미래를 담보하지는 못한다. 대학 순위 상승과 하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당장 ‘세계적인 대학들’과 우리 대학의 차이가 무엇이고 우리 대학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평가하는 냉철함이 우리 대학에 지금 당장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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