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 대학 ‘2008대입 공동 입장’ 발표 논란 여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전국 24개 국·사립대 입학처장이 지난 2일 ‘2008학년도 대입전형에 대한 공동 입장’을 발표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학교생활기록부 50% 이상 반영 △대학별고사 최소화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 발표가 대학입학전형에서 실제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쪽에선 대학 자율성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을 넘겨받은 대학도 세부 전형계획 발표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달라진 것 없다 VS 학생부 비중 올라갈 것= 대학입학전형에서 학생부를 50% 이상 반영하겠다는 것은 획기적인 발표다. 대학입시의 틀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도 공동 발표문에 언급된 서울지역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발표문을) 보면 알겠지만 아직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학생부 50%는 외형상 비율이지 실제 50%의 영향력을 끼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내신 비중을 높이고 대학별고사 비중을 낮춰줄 것을 대학에 요구해왔다. 그러나 대학은 기본 점수를 많이 줘 내신 비중을 줄였다. 2007학년도의 경우 외형반영률은 20~40%지만 실질반영률이 2.5~16%에 불과하다. 학생부 신뢰성을 믿을 수 없고, 고교 간 학력 차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질반영비율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특정 모집단위의 경우 학생부 및 수능 등급이 비슷한 학생이 몰릴 수밖에 없어 결국 대학별 고사에서 당락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형 반영비율 50%에 비해 학생부의 실질 반영비율이 얼마나 될 지에 대해서는 전교조 등 시민·교육단체들도 6~7월께 있을 세부전형계획 발표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외형반영률이니 실질반영률이니 하는 개념은 잘못됐다. 주요 대학의 경우 실질반영률이 몇 퍼센트라고 해도 실제 전형에서의 영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고 보면 된다. 50% 이상으로 올린다는 것은 실제 영향력이 늘어난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부총리 읍소가 통한 건가, 교육부 압박 때문인가= 내신 강화를 앞세운 교육부의 2008학년도 대입제도에 대해 그동안 주요 사립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지역 7개 대학이 모여 대학별고사 비중 강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입장을 바꾸면서 대학 자율성 침해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일 입학처장 모임이 끝난 후 공동 입장 발표를 한 사람이 대교협 사무총장이라는 것도 이러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입학처장은 이 자리에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얼굴이나 보자는 자리인 줄 알았다” “별로 할 말이 없다” “교육부에서 하라는데, 일단은 해줘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참석한 입학처장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도 언론에 “대학들을 억지로 모아놓고 다짐을 받는 자리를 마련하는 건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미 지난해부터 학생부 비중을 50%이상 반영하겠다고 밝혀왔는데 마치 끌려가는 모양새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부 관계자는 “부총리가 직접 성균관대, 고려대, 연세대를 방문해 상대평가로 바뀐 학생부의 신뢰성을 설명하고 비중을 높여줄 것을 요청했다”며 교육부의 압박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고 1·2교실에서는 학생부가 신뢰성이 있다는 것을 대학에서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대학도 일종의 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지는 이상 학교교육 정상화라는 명분을 거스르기 어려웠던 것 아니겠느냐”는 것. 공동 발표문은 큰 틀에서의 입장만 정한 것일 뿐, 세부 전형계획은 대학이 세우고 집행하는 만큼 대학 자율성 침해로 보기는 어렵다고 교육부 관계자는 덧붙였다. ◆공 넘겨받은 대학은 목하 고민 중= “현재는 아무 것도 답해주기 어렵다. 자세한 상황은 부산, 경남, 제주지역 입학처장협의회에서 논의될 것이며 그 이후에나 답해줄 수 있을 것 같다.”(이규옥 울산대 입학처장) 자발적이든 압력이든, ‘공’은 이제 대학으로 넘어갔다. 24개 대학이라고는 하지만, 지방거점 국립대와 서울 주요 사립대가 대거 포함됐다. 나머지 대학들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른 대학들 반응에 촉각을 세우면서 세부계획을 어떻게 짤지에 대해 내부 의견을 조율하는 등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김종호 서울산업대 교무처장은 “국립대이기 때문에 정부 방향에 맞춰야 하겠지만 실제 반영률을 어떻게 할 것인지, 내부적 조율이 필요해 고민 중이다”며 “다른 대학 입학처장들과 회의를 통해 조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승제 광운대 입학처장은 “인·적성 검사의 문제 유형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내년 입시를 생각하면 걱정이 든다”라며 “정부가 하라고 하면 학생부 실질반영률을 20~30% 정도로 할 수 있지만, 다른 여러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태훈 조선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대부분 대학이 학생부를 10% 미만(실질반영률)으로 반영했지만 앞으로는 이보다는 상향조정하려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우리도 정시에서 학생부와 수능 비율을 각각 50%의 비율로 모집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영태 동아대 입학처장은 “17~18일로 예정된 전국 입학처장 협의회 논의 후 입장 표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얼떨결에 ‘공’을 떠안은 대학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조만간 있을 전국 입학처장 회의에 교육당국은 물론 교육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학팀 new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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