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 시간을 맞아 각 대학 도서관은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그러나 책더미와 가방으로 열람실 좌석을 선점하고 좌석표와 대기표를 받기 위해 교문까지 줄을 늘어서는 모습은 이제 추억에서나 찾을 수 있게 됐다. 최근 대학마다 일부 학생들에 의한 도서관 좌석 독점을 막기 위해 학생증과 지문인식을 이용한 최첨단 ‘자리배석시스템’ 도입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학생들은 스크린으로 열람실 내 공석을 확인하고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다. 단, 학생증이나 지문을 이용해 학생 1인당 1좌석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학생 1명이 여러 자리를 대신 맡아주는 일은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도서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과열경쟁과 도난사건 등 각종 불편사항을 줄일 수 있게 되면서 대학마다 전자 자리배석 시스템 도입이 크게 늘었다. 지난 2002년경 성균관대, 중앙대 등을 시작으로 건국대, 단국대, 부경대, 상명대, 서원대, 청주대, 한남대, 한림대 등이 지난해 이 시스템을 도입, 운영해 왔으며 올해 들어서는 상지대, 서울여대, 이화여대 등이 새롭게 도입했다. 연세대도 오는 2학기부터 선보일 계획. 이 대학 중앙도서관 관리운영부 이대형 주임은 “여름방학 동안 자리배석 기기를 6대 가량 설치해 2학기부터 운영할 예정”이라며 “학생수는 늘어나고 좌석수는 줄어드는데 좌석독점으로 인한 피해사례가 늘고 있어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 국민대 김영준군(행정4)은 “예전에는 시험기간이 되면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 자리를 맡아달라는 사람들이 많아 도서관에 사석이 많았지만 이제는 사석이 많이 줄었고 남은 자리를 파악하지 못해 계속 줄을 서 있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스템 도입 이후에도 취약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도서관 얌체족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자리표를 뽑지 않고 빈 자리에 앉아 버티는 ‘나몰라형’, 자리표를 발급받은 후 사라지는 ‘투명인간형’, 친구들의 학생증을 가져와 여러 자리를 독점하려는 ‘문어발형’등이 대표적인 도서관 얌체족으로 꼽히고 있다. 성균관대 최혜영씨(신방과 석사과정)는 “자리표를 발급받은 후에 자리에 갔는데 다른 학생이 그 자리에서 졸고 있어 황당했던 적이 있었다” 며 “자리표를 발급받은 후에 사라지는 얌체족들로 인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메뚜기’들은 예전보다 더 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호 기자 sang624@unn.net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