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배워서 남 주십시오" 23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학교 성미카엘 성당에서는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지난해 노숙인에서 연필을 다시 잡고 성프란시스 대학의 인문학 2기 과정에서 공부를 시작한 11명이 이날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3년간 노숙생활을 했다는 이모(59)씨는 "원래 국문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노숙인지원센터에 비치된 1기 수료생의 문집을 보고 공부를 결심하게 됐다"며 "이번 과정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5월 입학식을 가진 17명의 학생들은 9개월 동안 철학과 역사, 문학 등 5과목을 이수했고, 이 중 최종심사를 통과한 11명의 학생들이 이날 수료증을 받았다. 수료증을 받은 학생 중 이미 2명은 취업에 성공해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다른 1명은 소자본 창업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인문학을 배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서울역과 남대문 주변으로 나가 그곳에서 생활하는 노숙인들과 다과를 나누며 서로의 아픔을 따뜻하게 보듬는 활동을 1개월째 실천하고 있다.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모두 "스스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해 봄으로써 물질만을 위한 선택이 아닌,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가는 과정을 걷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회복지사 김자옥씨는 "노숙인들의 자활이 어려운 것은 근본적인 자존감이 낮아졌기 때문"이라며 "당장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숙인 인문학 과정의 후원업체인 삼성코닝 장도수 부사장은 "인문학은 과정이 끝난 뒤 그 진가를 드러낸다"며 "인문학을 통해 여러분들이 삶의 주인공이 됐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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