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단에서 화학을 가르치는 과학자가 회갑의 나이에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해 화제이다. 주인공은 충남대 화학과 한병희(61)교수로 최근 문학계간지인 '서울문학'이 가진 '제30회 공모전'에서 '결실의 기쁨'이라는 수필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문학과는 거리가 있는 이공계 화학과 교수인 그가 펜을 잡게 된 것은 1983년 충남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딱딱한 글을 쓰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글을 써야겠다는 신념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 때부터 일년에 수필집 등 100권 이상의 책을 독파했으며 지역 신문 등에도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하며 필력을 쌓았다. 그의 글 소재는 10년간의 미국 유학생활, 고향 청양에서의 유년 성장기,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감흥, 인생무상의 감회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대부분이다. 이번 신인상을 수상한 수필 '결실의 기쁨' 역시 가을을 맞아 만물이 결실을 맺는 데 인간이 얻는 수확이 무엇인가를 묻는 담백한 문체의 글이다. 한 교수의 이번 신인상 등단은 환갑을 맞은 인생의 결실기에 자신을 돌아보는 자아성찰의 자세도 담겨있다. 펜을 든 지 23년만에 처음으로 문예지 공모전에 응모, 정식 작가로 등단한 것은 노년기 새로운 삶을 개척해 보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그는 "글 쓰는 일은 '입학식은 있지만 졸업식은 없는 학교'라고 합니다. 나이는 환갑이지만 수필가로서 이제 제대로 된 한발짝을 떼었기 때문에 앞으로 부단한 노력을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그동안 써온 100편의 글들을 묶어 '다시 가 본 보릿고개 고향'이라는 수필집을 조만간 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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