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쌍둥이 자매를 출산시킨 병원에서 쌍둥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게 되자 장학금을 지급해 화제다. 주인공은 인천 가천의과학대학교 길병원이 소속된 가천문화재단 이길여 회장. 이 회장은 자신의 병원에서 18년 전 태어나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일란성 네쌍둥이 자매 황슬(18), 설, 솔, 밀 양에게 대학입학금과 1년간 등록금 등 장학금 2천300여만원을 10일 전달했다. 이들의 인연은 1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1월 11일 오후 9시 15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당시 중앙길병원(현 가천의과학대학교 길병원)에서는 일란성 네쌍둥이 여아가 차례로 태어났다. 네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1/70만 로 매우 드물고 당시 국내에선 2번째였던 데다 예정일보다 3주 일 앞서 산모의 진통이 시작되고 양수가 터지는 등 상황이 나빠지자 다니던 병원에서는 진료를 거부, 산모와 가족들이 인근에서 가장 큰 병원이었던 길병원을 찾았다. 당시 네쌍둥이 아버지 황영천(54)씨는 강원도 삼척에서 광부로 일하고 있었지만 네쌍둥이 출산에 따른 위험부담 때문에 산모 이봉심(54)씨는 예정일이 가까워지자 친정집인 인천으로 옮겨와 지내던 중 길병원의 문을 두드린 것. 새벽 3시 갑작스런 네쌍둥이 산모의 출현(?)으로 당시 길의료재단(현 가천문화재단) 이사장이던 이 회장은 순간 당황했지만 즉시 박태동 산부인과 과장에게 제왕절개수술 집도를 맡겼고 쌍둥이 4명이 모두 건강하게 태어났고 출혈을 계속하던 산모 역시 재수술 이후 건강을 되찾아 퇴원할 수 있었다. 당시 병원장이었던 이길여 회장은 네쌍둥이의 건강한 출생에 감동해 모든 진료비를 받지 않기로 했으며 손을 꼭 붙잡고 감사인사를 하던 산모 이씨에게 '아이들이 대학갈 때 연락하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렇게 헤어진 이후 이들에게서는 연락이 없었고 이 회장 역시 잊고 있다가 지난해 9월 어느날 우연히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네쌍둥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게 돼 이들과의 약속을 떠올리고 연락처를 수소문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어렵게 찾은 네쌍둥이는 간호사의 꿈을 키우며 어엿하게 자라 '슬'과 '밀'은 수원여대 간호학과에, '설'과 '솔'은 강릉영동대 간호학과에 수시합격, 4명 모두 올해 간호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 황씨가 건강문제로 직장을 그만둔 이후 쌍둥이 가족은 그동안 생활보호대상자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어서 네쌍둥이는 입학금이 없어 대학진학을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네쌍둥이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중,고등학교 시절 반장을 도맡아하고 학교성적도 우수할 뿐 아니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 현재 4명 모두 공인4단이란 얘길 듣고 이 회장은 18년전 약속대로 이들의 대학입학을 돕기로 했다. 출산 당시 큰 도움을 받고 이번에 또다시 도움을 받게 된 네쌍둥이 어머니 이씨는 장학금 얘길 듣는 순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이씨는 "찾아주신 것만도 고마운데 장학금까지 주신다고 하니 눈물이 날 만큼 고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쌍둥이자매 맏언니 황슬 양 역시 "부모님이 늘 아프셔서 잘 돌봐드리고 싶어 간호사가 되려고 했다"라며 "훌륭한 간호사가 돼서 가난하고 아픈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찾아다니며 돌봐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장학금 전달식에서 18년만에 다시 만난 네쌍둥이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고 11일인 네쌍둥이의 19번째 생일을 맞아 선물로 쌍둥이의 이름이 새겨진 태권도복을 함께 건넸다. 이 회장은 똑같이 생긴 네자매를 구분하지 못해 쩔쩔매 좌중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쌍둥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면 모두 길병원 간호사로 뽑겠다"는 또한번의 약속으로 네쌍둥이와의 끈끈한 인연을 다짐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