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이공계생 '엑소더스'..MEET 등 '문전성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학생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포스텍 졸업식에서 학부 수석 졸업자 영예를 차지한 김영은씨가 최근 서울대 의대 편입으로 방향을 틀었고, 서울대 생명공학부 학생중 절반 이상이 졸업과 동시에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등 소위 엘리트 이공계생의 방향 선회가 늘고 있다. 포스텍의 김영은 씨는 부산 과학고 재학 때부터 각종 과학경시대회 금상을 휩쓴 재원으로 고등학교 2년 만에 조기 졸업, 포항공대 수석 입학에 제1기 대통령 과학 장학생으로 뽑히는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고 있다. 김 씨는 "이공계에선 박사 학위를 따도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했다"며 "(이공계 위기는)우수한 인재가 오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정부와 사회가 비전을 제시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1학년 때부터 3학년까진 생화학 공부에 빠지면서 과학자의 길을 차근차근 밟았다. 그러던 중 연구실의 선배들을 보면서 회의가 들었다. 유명 저널에 논문을 실으려고 연구하는 것 같았다. 뛰어난 과학자가 아닌 유수 대학의 교수가 목표였다. '연구는 수단에 불과하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실망하기 시작했다"고 대학 재학시절을 회고했다. 이어 "박사를 따도 진급에 한계가 있고, 이른 나이에 잘릴까봐 걱정하는 선배가 많다"며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교수가 왕'이라는 생각이 일반화된 것 같다. 학생을 '내가 성장시켜야 할 인재'라고 감싸는 게 아니라 부리는 존재로 보는 듯하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라며 가르쳐 주기보다 복종을 강요할 때가 많다. '대학원생은 군인과 똑같다'는 말도 있다"며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를 밝혔다. 이공계생들의 방향 선회는 최근 의학교육입문검사(MEET)와 치의학교육입문검사(DEET) 입시생 증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5학년도 749명과 1,548명이었던 MEET와 DEET 응시자는 2007학년도에 2,398명과 1,640명으로 각각 늘었다. 서울대 새영과학부에서만 지난해 30여명이 MEET,DEET에 도전했다. 한 학년 정원이 50여명에 불과한데다 졸업(예정)자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수치다. 서울메디컬스쿨 이구 부원장은 "지난해 1월 400여명이던 수강생이 올해 1,200여명으로 늘었다"며 "재수, 삼수생들도 합류하면서 의학대학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대표적인 이공계 지원책 중 하나인 '대통령 과학장학생제도'에 뽑힌 장학생 507명중 자퇴와 성적 미달 등으로 지원중단된 인원이 각각 16명과 19명에 달했으며, 자퇴생 중 2명은 의대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