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교육평가원 설립 겹쳐 종합평가 실시여부 정리 못해

1학기가 거의 끝나가지만 올해 대학평가가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고등교육평가원 설립 법안의 국회 처리가 늦어지면서 교육부가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탓이다. 학문분야 평가는 경영과 무역(국제통상)이 평가 대상에 함께 포함되면서 일부 대학은 한국경영교육인증원(이하 경인원)이 주관하는 경영학 평가를 받아야할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가 주관하는 무역(국제통상)학 평가를 받아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3주기 종합평가 들어가나 마나= 가장 큰 관심은 대교협이 주관해온 대학종합평가이다. 2001년부터 시작된 2주기가 지난해 끝났다. 올해부터 3주기 평가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는 입장 정리를 못하고 있다. 고등교육평가원 설립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서다. 전우홍 교육부 평가지원과장은 “올해부터 3주기 평가에 들어갈지 올해는 서울대 등 2주기 평가를 받지 않은 10여개 대학만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6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고등교육평가원이 평가를 총괄하게 되는데 지금 확정하면 혼선을 빚을 수 있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3주기 종합평가를 위한 정책연구가 마무리 단계지만 고등교육평가원 설립과 맞물려 이후 일정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대체로 고등교육평가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올해 바로 3주기 평가에 들어가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성화·차별화를 촉진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종합평가가 되기 위해서는 평가지표나 평가방법 등의 변화가 필요한데,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입장을 못 정해 늦어지고 있는데, 대교협에서 계속 할지, 고등교육평가원에서 할지를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과장은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기다리면 대학이 혼선을 빚을 수 있어 최대한 빨리 확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경영학 받어, 무역(국제통상) 받어= 학문분야 평가는 큰 틀은 잡혔다. 올해는 수학, 무역(국제통상), 화학, 경영, 화학공학, 소재 및 재료공학 분야를 평가한다. 치의학과 연극영화 분야는 제외됐다. 민간인증기구가 있는 경영학과 공학은 경인원과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하 공인원)이 맡고, 나머지 분야는 기존처럼 대교협이 주관한다. 전 과장은 “지난해 공학 분야를 공인원이 처음 주관하면서 평가와 인증의 중복 문제가 생겼는데, 민간인증기구가 있는 분야는 인증으로 대체해서 평가와 인증이 중복되지 않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인원이 올해부터 경영교육인증에 들어감과 동시에 대교협 학문분야 평가를 주관하면서 일부 대학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인정 대상 탓이다. ‘경영학사’를 수여하는 4년제 대학은 기본적으로 경인원의 인증 대상이다. ‘경영학사’를 주지 않아도 경영학 과목의 이수학점이 전체 졸업학점의 25% 이상이어도 인증을 받아야 한다. 경영학부로 뽑더라도 교수나 커리큘럼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면 인증 대상에서 제외되지만(단, 경영학 학점이 25% 미만) 경영학부 내에서 경제전공, 국제통상전공 식으로 나눌 때에는 이들 전공도 묶어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공인원처럼 개별 프로그램 단위가 아니라 기관 전체가 인증을 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함께 학문 분야 평가대상에 포함된 무역(국제통상)의 경우 일부 대학에선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교육 인증대상 여부에 따라 대교협 주관 평가를 받아야 할지, 경인원 주관 평가를 받아야 할지가 바뀐다. 손태원 공인원 부원장(한양대 공대 학장)은 “관광경영, 정보통신경영 등 간판이 뭐든 경영학을 가르치는 이상 교육의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뜻에서 25% 부분을 추가했다”며 “학교 전체가 인증을 받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자연히 구조조정 등의 문제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학 분야는 인증·평가 중복 논란= 경영교육인증은 총 다섯 단계로 최소 1년 5개월이 걸린다. 올해 학문 분야 평가는 첫 단계인 ‘예비심사’까지만 반영한다. 인증신청서를 제출하면 ‘통과’와 ‘예비심사 보류’로 평가하는데, 원래 절차에는 없는 6개월 보류를 넣어서 ‘통과’ ‘6개월 보류’ ‘1년 보류’로 판정한다. 간단한 실사를 받는 것도 정식 인증절차와 다르다. 손 부원장은 “대교협 평가가 끝난 뒤에도 ‘자체평가보고서 심사-실사-인증 심의-인증 결과’ 등 나머지 인증절차는 계속 진행된다”고 말했다. 공학 분야는 ‘평가’와 ‘인증’ 사이에서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교육부는 경영학처럼 인증으로 가기를 원하지만 공인원은 아직 인증 받을 준비가 안 된 대학을 인증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복기 공인원 사무처장(광운대 교수)은 “인증으로 갈 때 문제가 있다는 것일 뿐, 교육부 결정에 따른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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