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부 대학들이 올해 입시 전형에서 학생부 1~4등급까지를 모두 만점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대해 교육부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혼란을 부추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이날 오전 '주요대 학생부 무력화' 보도에 대해 즉각 재정지원과 연계해 강력 제재하겠다고 했지만, 2시 브리핑에서는 "향후 대학정보공시제도에 따라 미리 대학별 학생부 실질반영률을 공개토록 하겠다"면서 한 발 물러섰다.

교육부는 특히 브리핑에서 "서강대가 올해 학생부 실질반영률이 33%로 밝혔다"고 소개하면서 학생부 반영 방식까지 관여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대신 고교 학생부를 무력화하는 입시제도로 확인될 경우에는 예산지원사업과 연계해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개별 대학의 학생부 반영 방식에 대해서는 개별 대학 자율에 맞기겠다는 것으로 대학들의 검토 차원의 발언에 과잉 반응해 수험생들의 혼란과 대학사회가 주요대와 비 주요대로 나뉘어 반목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손광식 상지경영컨설팅 회장(본지 논설위원)은 "교육부의 평준화 정책 기조는 교육적인 차원보다는 사회적인 접근 방식"이라면서 "과거에는 평준화가 대세였던 분위기 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어 정책도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교육정책이 자주 바뀌면 안된다는 전제하에 "세계 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지금 평준화 정책도 획일적인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할 시기가 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완용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장(경희대 입학처장)도 "대학마다 입학정책이 다르기 때문에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내신 반영 방식은 개별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할 부분이다"고 밝혔다.

대학가도 일부 주요 대학들이 전체 입시정책에 영향을 주는 정책이 대학간 위화감을 조성하거나 수험생에 혼란을 준다는 면에서는 비판하고 있지만,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김훈 성신여대 입학홍보처장은 "정부의 공교육 활성화 측면에서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지만, 일부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데에는 이해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형욱 한국외대 입학처장도 "객관적 평가틀 만들지 못하는 현실을 먼저 반성해야한다"며 "이들 대학의 취지에 공감하고 (입시정책)은 대학마다 소신있게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일률적인 내신 9등급제가 오히려 공교육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너무 작은 점수로 우열을 가리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면서 "내신 경쟁이 너무 치열해질 경우 오히려 공교육 정상화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주요 사립대들의 학생부 9등급제 완화 검토안에 대해 "같은 대학 입장에서 이해한다"면서 교육부의 평준화 정책의 일률적인 적용을 우회적으로 경계했다.

서울대의 경우는 올해 입시에서 학생부 1~2등급까지 모두 만점을 주도록 하고 있으며, 심화교과에 더 높은 점수를 부여키로 해 심화교과를 많이 배우는 특목고를 우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일부 대학의 9등급제 완화 검토안과는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면서 "심화교과를 들으면서 공부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학생들을 장려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해명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특목고가 주로 심화교과를 많이 이수하지만, 일반고 간에도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선호도가 높은 대학들에게 고등학교 교육은 아직 똑같지 않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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