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입시자율권 문제" vs.중위권 "담합 행위"

13일 연세대 성균관대 등 상위권 대학들이 밝힌 내신 4등급 전원 만점처리 방침에 대해 이들 그룹에 들지 못하는 대학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이른바 '내신 무력화' 방침이 대학간 위화감 조성과 수험생 혼란을 부채질하는 등 심각한 폐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부 대학들은 공교육 정상화 노력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방대의 경우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이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학 관련 연구기관에서도 대학들이 수험생들을 점수로 줄 세우기 하기 보다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데 더 신경 써야한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특히, 일부 대학은 내신 반영 문제 등 입시정책을 통해 또다시 도마에 오른 7개 대학 입학처장협의회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공론의 장을 거치지 않은 일종의 '담합행위'라며 비난했다. 일부 대학이 입시제도 전체를 흔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는 것. 교육부에 대한 자율권 확보를 위한 자구책이라기 보단 '세(勢)과시'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연세대 등 참여 대학들은 내신 반영 문제나 학교간 모임이나 '대학의 자율권' 문제라며 반박, 앞서 3불 논란에 이어 대학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공교육 무력화 시도, "전체 입시제도 흔들지 말라" 박천일 숙명여대 입학처장은 "학생들 개인의 실력차를 인정하지 않고 뭉뚱그려 만점을 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특히 몇 개 대학들이 서로 담합해서 우리나라 입시 전체 구도를 흔드는 것은 매우 잘못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박 처장은 이어 " 파급효과를 생각하고 임해야지 자신들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인냥 몰아가고 한 건 터뜨리기 식으로 하니까 전체 국민들이 혼란을 겪고 교육부도 당황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갑일 명지대 입학관리처장은 “내신 4등급까지 만점처리하는 것은 내신 무력화, 즉 고교교육을 완전히 부정하겠다는 얘기”라며 “연세대·이화여대 등의 입장에서는 고교간 등급차가 존재하는데 인정을 안 하니까 이런 식으로 고교 내신을 안 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사실상 교육부 정책을 정면 부정하는 행위”라며 “넓게 보면 수험생들이 고교수업을 성실히 이수해서 대학에 진학한다는 대전제까지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형태 단국대 입학처장은 "공교육 내실화에 찬물을 끼엇는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교육부의 평준화 틀이 바뀐다면 모를까 학생부 중심의 입시제도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영수 경원대 입학처장(법학 교수)도 "4등급까지 만점을 준다면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김훈 성신여대 입학홍보처장(산업디자인학 교수)은 "일부 대학들이 우수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정부의 공교육 활성화라는 측면에선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고유환 동국대 입학처장은 "우리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학생부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학업 성취도도 높았다"며 "주요대학들이 고교 교육의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입시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홍안 건국대 입학처장은 "주요 대학들이 4등급까지 만점을 준다고 하는데, 그 학교들이 선호도가 높은 학교이기 때문에 기존에 우리학교로 오던 3~4등급 학생들이 그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성적이 높은 학생들만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겠다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소재 대학들은 내신 4등급 만점처리는 "현실과는 먼 얘기"라는 입장이다. 많은 지방대가 신입생 충원률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일부 대학의 최근 행보는 위화감 조성에 한 몫 하는 행위라는 것. 하강진 동서대 입학처장은 "몇 개 대학은 전국에서 학생들의 지원이 몰리니까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겠지만 자기들 중심의 입시정책을 내놓는 것은 교육 정책을 붕괴시킬 수 있는 처사"라며 " 이들 대학이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을 좌지우지하는 하거나 자기들 중심의 입시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도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보다 학생들을 성적대로 세워 도토리 키재기식 서열화를 하려고 한다"며 "점수 1~2점 차이를 가려내는데만 신경쓸 게 아니라,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더 신경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몇 개 단위는 동일점수 필요 "대학 자율권 문제로 봐야"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너무 작은 점수로 우열을 가리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내신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와도 거리가 멀다"고 말해 이번 주요 대학들의 내신9등급제 완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서울대의 경우는 올해 입시에서 학생부 성적 1~2등급에 해당하는 상위 11%까지 만점을 주도록 했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입시정책은 현재 검토·논의과정에 있다”면서 “구체적 방향은 10월에나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학생부 반영방법은 각 대학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며 “전체 대학들이 공동 입장을 밝혀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 처장은 “수리 가형·국사 필수과목 지정 등 대학들이 각자의 입시방침을 정하는 것일 뿐, 위법·탈법도 아니며 윤리적으로 지탄받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일 뿐, 다른 대학들과 일일이 협의할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1, 2등급 혹은 1, 2, 3등급 등으로 등급을 묶어 같은 점수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차경준 한양대 입학처장(수학 교수)은 "수시모집에선 각 등급에 따라 점수를 차등화해 반영하지만 정시모집에선 수능이라는 새로운 잣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내신 등급을 몇 개 단위로 묶어 동일한 점수를 주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입학처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정완용 경희대 입학처장(법학 교수)은 입시전형에서의 대학의 자율권을 강조하며 옹호했다. 정 처장은 "이번 내신 반영 문제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입시정책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권의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현 동의대 입학처장은 "고교간이 학력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내신이 반영을 못한다는 점이 없지 않다"며 "대학에 자율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 '튀는 행보' 도마에 신형욱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4개 등급 만점 처리를 표방한 대학들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객관성 있는 평가틀을 만들지 못하는 현실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 처장은 "대학마다 입학전형위원회가 있는데 중요한 입시 전형 내용을 입학처장들이 모여서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각 대학마다 소신있게 할 문제이지 담합으로 비춰지는 일련의 행위들은 대학인으로서 자괴감에 빠지게 할만큼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신 처장은 7개 대학의 공동 입시설명회 등의 행보도 사실상 '세과시'에 불과할 뿐 설명회 효과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각 대학마다 입학정보가 홈페이지, 책자 등으로 충분히 전달되고 있는데 이런 설명회가 난무하면 학부모들이 불안해서 안 가 볼 수 없게 된다"며 "교육을 하는 사람으로서 수험생들을 위해 올바른 정보를 균형있게 전달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갑일 명지대 입학관리처장도 7개 사립대 입학처장협의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교육정책에 대해 여론을 조성, 몇몇 대학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대표기구인 입학처장협의회가 존재하므로, 여기서 보편적 합의를 모아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7개 사립대 입학처장협의회는 입학생들의 질이 저하되고 있기 때문에 선발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근시안적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면서 “설령 전체 입학처장협의회와는 타깃이 조금 다르더라도, 큰 틀 안에서 전체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7개 사립대 입학처장협의회에 대한 비판은 '전체주의적 비판'이라고 반박했다. 김영수 처장은 “어느 대학이 한다고 해서 따라가야 한다는 발상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며 “자율적 모임에서 논의를 활성화하는 것을 ‘끼리끼리 논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대학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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