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기준 달라 학생들 반발

대학이 계절학기 등록금을 일정한 기준 없이 책정해 학생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수업 대부분이 교양과목인 계절학기의 강의 내용에 별 차이를 못 느끼는데 대학마다 등록금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계절학기 수강료를 책정할 때 학생들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반적으로 계절학기 등록금은 행정업무 처리비조로 받는 ‘기본료’와 강사료·건물 사용료 등을 포함한 ‘학점 당 수강료(이하 수강료)’를 합산해 책정한다. 연세대의 올해 계절학기 등록금은 기본료 1만3,000원에 수강료 8만8,600원이다. 작년에 ‘기본료를 안 받고 수강료만 받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국 기본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대신 수강료는 동결했다. 교무처 수업지원부 이정숙 과장은 “수강료를 인상하려고 했지만 작년에 일반학기 등록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올해는 계절학기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서강대는 기본료가 아예 없다. 대신 수강료는 8만8,000원으로, 작년 8만2,000원에서 6,000원을 인상했다. 서강대 학사지원센터는 이에 대해 “원래부터 기본료가 없었다”면서 “등록금 인상률에 맞춰 수강료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기본료 2만원에 수강료가 9만6,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 6학점을 취득하기 위해 3학점짜리 교양과목 2개를 수강할 경우 총 등록금은 59만6,000원에 이른다. 그나마 이번 학기는 학생들이 ‘너무 비싸다’고 항의하는 통에 수강료를 동결했다. 이와 관련 ‘등록금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고 묻자 예산조정팀 장일기 과장은 “일반학기 등록금에 비하면 비싸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반학기 평균학점을 21학점이라고 가정할 때, 6학점에 59만6,000원을 21학점으로 환산하면 208만6,000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타 대학과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는 “일반학기 등록금이 다르듯 학교마다 계절학기 등록금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며 “고려대는 수업의 질이 높고 인프라가 잘 구축되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양대 재무팀 국방현 팀장은 “수업의 질이 높다고 수강료를 더 많이 받는다면 한양대 계절학기 수업이 고려대보다 수준이 낮다는 이야기냐?”고 반박했다. 올해 한양대 여름 계절학기 등록금은 기본료 1만원에 수강료 7만1,000원으로, 교양과목 2과목을 들을 경우 43만 6,000원이 든다. 고려대와 무려 16만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게다가 이번 계절학기 수강료는 작년 6만7,000원에서 4,000원을 더 올린 금액이다. 국 팀장은 이에 대해 “얼마나 받겠다는 대학의 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수업의 질’은 운운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양대가 고려대에 비해 계절학기 수강료가 싼 이유는 학생들의 반발이 유독 거셌기 때문이다. 2003년 계절학기 수강료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학생들이 반발, 학생대표와 학교가 비공식적으로 ‘2년에 한 번씩 올리자’고 ‘협상’을 했다. 국 팀장은 “다른 학교에 보조를 맞춰 수강료를 올리고 싶지만 학생들 반발 때문에 현재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화여대도 계절학기 등록금을 일반학기 등록금에 맞춰 5.8%로 올리겠다고 했다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올해 이화여대 여름 계절학기 등록금은 기본료 1만원에 수강료 8만4,100원이다. 당초 이화여대는 전년대비 5.8% 인상을 제시했고, 학생들은 동결을 요구하며 삭발투쟁과 고공농성으로 맞섰다. 줄다리기 끝에 3.8% 인상으로 가닥이 잡혔다. 모 대학 예산팀 관계자는 “계절학기도 학점을 취득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등록금 수준으로 받는 게 옳다”면서도 “하지만 도무지 기준을 어디다 둬야 할 지 사실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학 수업계 과장도 “올해 강사료가 인상된 데다가 물가상승률을 복합적으로 고려했다”면서도 “사실 등록금 인상률에 대해 딱히 특별한 기준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학이 제대로 된 기준을 정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계절학기 등록금을 책정하고 인상률 역시 임의로 결정하는 한, 등록금을 둘러싼 문제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한 대학 예산팀 관계자는 “계절학기 등록금은 학교 자율로 맡겨져 있지만, 인상 기준을 세부화하고 현실적인 등록금 책정 방법을 학생과 논의해 도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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