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내신 반영비율을 높이지 않는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중단 방침에 이어 국립대 교수 증원 불허, 학사감사 검토 등 강경 조치를 잇달아 내놓자 교육부 안팎에서 “퇴로 없는 자충수만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조치들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설치법 통과, 대학 경쟁력 제고 등 교육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과 역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로스쿨 막나=교육부는 2년 넘게 표류 중인 로스쿨 법안이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2009년에도 로스쿨 개교가 어렵다며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언론에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교수 증원 불허 방침이 자칫 로스쿨법 통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대는 법학전문 교수 충원을 신청했지만 내신 1, 2등급 만점 처리 방침을 고수하면 교수를 늘리지 못해 로스쿨 설립이 힘들어질 수 있다.


호문혁 서울대 법대학장은 “로스쿨 인가 기준을 맞추려면 교수를 5명 정도 늘려야 한다”면서 “프로그램 추진에 인력이 필요해 전체적으로 10명의 증원을 신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대가 교수 증원이 안돼 로스쿨 인가 조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서울대가 빠진 로스쿨제도 도입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 등 정치적 이유로 로스쿨법이 지연되고 있는데 서울대 문제 때문에 안 되는 것처럼 되면 교육부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학 경쟁력 꺾나=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재임 기간 최대 목표로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꼽고 있으며 교육부는 지난달 대학 재정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내신 반영비율을 이유로 연구력 향상과 직결된 재정 지원과 교원 증원을 억제하면 이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어진다. 교육부 때문에 교육여건이 떨어지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내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교육부의 다른 정책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대처 방식 혼선=서울대의 내신 1, 2등급 만점 처리와 일부 사립대의 1∼4등급 만점 처리는 그 의미가 다른 만큼 서울대와 사립대를 분리했어야 했는데 ‘교육부-서울대 대립’ 구도로 만든 것은 실수라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가 4월 입시안을 발표했을 때 교육부가 문제를 삼지 않다가 이미 발표한 내용을 변경하라고 하면 수험생에게 혼란만 준다는 서울대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선 “서울대가 제재를 감수하고 버티면 교육부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는데 처음에 너무 센 조치를 내놓았다”는 지적도 있다.


대입업무 실무자들의 미숙한 대응도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많다. 초기에 서울대도 제재 대상인지, 내신 기본점수를 대폭 낮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제각각이어서 혼선을 자초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또 교육부 안팎에선 “안병영 전 부총리는 수능 1등급 비율을 7%로 하자는 열린우리당 등의 압력에 장관직을 걸고 맞서 4%안을 관철했는데 김 부총리는 이번 사태에서 뭘 했느냐”는 비판도 많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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