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0일까지 정시요강 제출 안하면 제재…전형요소별 반영비율 포함

교육부는 25일 내신 실질반영비율이 포함된 2008학년도 정시모집요강을 8월 20일까지 확정해 발표하고, 2009학년도 입시의 세부 시행계획도 올해 말까지 발표하라고 대학에 요구했다.

또 당초 발표한 학생부 반영비율을 지키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연차적 확대 계획을 세워 사전에 협의하면 제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대학들이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반발하는 데다 다른 대학들도 예외 기준이 애매해 혼란을 부추긴다고 비판해 내신 논란은 여전히 큰 불씨를 안고 있다.

내신반영비율 원칙 유지…연차별 확대 협의 거쳐야

서남수 교육부 차관은 이날 ‘학생부 성적 반영방법 논란 관련 입장 및 대책’을 발표하고 “8월 20일까지 정시모집요강을 확정해 발표하지 않을 경우 행·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내신이나 수능, 대학별고사 등 전형요소별 반영비율과 기본점수, 반영방법 등이 포함돼야 한다.

2009학년도 대입전형 세부 시행계획도 올해 11월말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모집요강 발표 시기를 지연하거나 △학생부 등급을 통합 운영하는 경우 △당초 발표한 대로 학생부 반영 비율을 지키지 않고 △등급 간 점수를 불합리한 방법으로 설정하는 등 편법적인 방법으로 학생부 비중을 현저하게 무력화한 경우 행·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사실상 모든 대학에 내신 실질반영률 50%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에서는 한 발 물러섰다. 서 차관은 “수험생생의 신뢰 보호 차원에서 당초 대학들이 발표한 반영비율은 지켜야 된다”면서도 “‘특별한 사유’로 입학전형을 어렵게 할 우려가 큰 경우 구체적 사유를 포함한 연차적 확대 계획을 세워 교육부와 협의하면 일부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신 성적 산출방법도 개선키로 했다. 지금까지 적용해온 실질반영률 계산방식으로는 당초 약속한 ‘내신 비율 50%’을 지키기 어렵다. 다른 전형요소는 배제한 채 학생부 점수에서 기본점수를 제외하거나 전체총점에서 학생부 기본점수를 제외하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총점에서 전형요소별 기본점수를 제외해서 산출하면 실질반영비율이 기존 계산법에 비해 올라간다. 그만큼 대학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숙제 검사 하려는 거냐” 주요대학 반발

내신 반영비율 확대 논란의 발단이 된 주요 대학들은 교육부 요구를 ‘비현실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차경준 한양대 입학처장은 “8월말이면 수시모집 접수에 매달려 있을 때인데 그때까지 짜내라고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며 “억지로 만들어내더라도 졸속이기 때문에 또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연구비 지원과 연결시켜 놓았기 때문에 입학처장이 발언할 수준을 떠났다. 전체 구성원 의견을 물어 그대로 따를 것”이라면서도 “교육부가 사전에 사유와 계획을 검토해 연차별 비율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것은 종전보다 더 심한 자율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박 처장은 “숙제 검사하듯이 하나하나 검열하겠다는 것인데 유신 때 신문검열도 그렇게 안 했다”며 “내신 반영비율에다 내신 간격 맘대로 못 정하고, 검열 받아야 되고, 시기 정해야 되고, 3불 이외에 다 허용한다더니 이건 ‘7불’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지역 다른 대학들 역시 올해 말까지 내년도 세부 시행계획을 발표하거나 연차별 비율 확대 계획을 제시하라는 교육부 방침에는 현실적 이유를 들어 대부분 난색을 표했다.

올해까지 2009년 입시안 제출에는 대부분 난색

박천일 숙명여대 입학처장은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올리려는 노력은 어느 정도 하겠지만 올해 내년 입시의 세부계획을 발표하라는 것은 무리”라며 “올해 처음 도입됐기 때문에 올해 입시를 치러보고 개선점을 판단해 점진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처장은 “내신 반영비율을 연차적으로 올리라는 요구에 앞서 내신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조치가 따라야지 무턱대고 올리라는 것은 무리”라며 “일방적인 조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흥안 건국대 입학처장은 “8월 20일까지 올해 정시요강을 발표하는 것은 문제없다”면서도 “2009년 세부 시행계획은 먼저 실질반영비율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 기준점이 정해진 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처장은 “정시는 내신과 수능 위주인데 내신 실질반영률 50%이면 수능이 무력화되는 것”이라며 “실질반영률 산정 공식을 만든 후 교육부와 대학이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형욱 한국외대 입학처장은 “그동안 실질반영률이 낮았기 때문에 올해 갑자기 50%로 올리기는 어렵다고 보지만 전향적으로 노력은 해 볼 생각”이라며 “대학입시가 굉장히 다양해졌고 전체적 시각에서 보면 내신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교육부가 한 문제에만 너무 매몰돼 있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외 기준 애매, 오히려 혼란 부추겨”

교육부는 당초 대학이 발표한 내신 반영비율을 지키되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예외를 둘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별한 사유’에 대해서는 “일일이 이건 된다, 안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순 없다. 다른 여러 전형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협의할 수 있다”고 애매하게 밝혀 대학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정은수 홍익대 입학관리본부장은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이 50%면 지금까지의 판이 깨지고 뒤집어지는 것인데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특별한 사유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까지 받아줄 것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유환 동국대 입학처장도 “‘내신 반영비율을 고수하되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협의할 수 있다’ 정도로 물러서긴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선까지 가능한지 명문화되지 않아 종전보다 완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고 처장은 “어느 정보 범위 내에서 허용한다는 것이 나오지 않으면 교육부가 모든 것을 관여하고,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향후 대응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6일 청와대 초청 토론회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으로 전국 대학 총·학장 150여명을 초청, ‘고등교육의 전략적 발전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교육부 보고에 이어 의견교환과 토론시간을 가진 후 교육 현안에 대한 오찬 간담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

이영섭 서울여대 입학관리처장은 “8월 20일까지 발표하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막상 발표했을 때 교육부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어 다른 대학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며 “청와대 초청 토론회가 끝나 봐야 보다 분명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각 대학마다 내부 안은 가지고 있겠지만 교육부 방침과 안 맞으니까 발표를 못 하는 것”이라며 “원칙적 입장만 세워놓고 구체적인 대응은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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