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정원외전형 확대에 '수도권 쏠림' 우려

26일 교육부가 "가난해도 능력있는 사람은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도입하겠다고 한 '기회균등할당제'에 대한 대학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 기회균등할당제 도입으로 지역의 입학자원이 수도권으로 유출될 것을 우려했다.

◆"수도권에 몰릴 것... 고사 위기" 지방대 한목소리
지방대 입장에서는 교육부의 이번 정책이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입학정원 확보가 어려운 마당에 수도권 대학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 고교에 대한 배려책일 수는 있어도, 지방대에게는 되려 타격이 된다는 설명이다.

조태훈 조선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정원외 전형의 확대는, 법에 의해 입학정원이 동결된 수도권 대학의 모집정원을 실질적으로 늘려주는 효과를 갖는다"면서 "이와 반비례해 지방대는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조 본부장은 "정부에서는 지방을 비롯한 사회적 소외계층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정책을 입안했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면서 "정원도 다 차지 않는 상황에서 지방대의 정원외 모집이 무슨 효과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수도권 대학 정원 동결과 사회적 배려를 동시에 추구한다면 '정원내 모집'으로 하는 게 취지에도 맞다"고 꼬집었다.

경성대 박종삼 홍보팀장도 "작년에도 실업계 전형은 3%에서 5%로, 농어촌 전형은 3%에서 4%로 늘린 마당에 다시 정원 외 전형을 늘린다면 지방대학들은 고사 위기에 처한다"며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는 점을 볼 때, 이번 발표는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려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경복 호서대 입학관리처장도 "그러지 않아도 지방대는 학생들이 부족한 상황인데, 정부가 나서 기회균등할당으로 저소득층 정원외전형을 11%까지 확대하면 지방대로서는 더 힘들어 질 것"이라며 "하려면 정원내 전형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농어촌이나 전문계고 특별전형을 작년과 재작년에 확대했을 때도, 늘어난 인원은 다 수도권으로 갔다"며 "정부가 정원을 늘리면 다시 줄이기는 힘들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역균등할당제를 도입하며 지역발전 선도 우수대학을 집중육성하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지방에서도 최고 수준의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정작 지역에서는 정부가 '지역발전'을 내세우면서도, '지방대 죽이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반감이 거셌다.

유정빈 서원대 입학취업처장은 "지방대는 농어촌 전형이나 실업계고 전형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는데, 지역균등할당제를 도입하면 지역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릴 것"이라며 "이는 지방대를 더 어렵게 하는 것으로 정부가 누리사업 등으로 지방대를 살리겠다고 하면서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지만, 이는 대학들의 자율에 맡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도권大 "지방대 입장 고려" vs "정책 취지 옳다"
기회균등할당제로 지방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릴 것이라는 의견은 서울 주요대에서도 제기됐다. 특히 기회균등할당제로 입학한 학생에게는 다양한 지원이 제공되기 때문에,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더 고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26일 정부발표에 따르면,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기초학습능력 향상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의 경우, 입학후 2년간 전액장학금을, 2학년부터는 평균 B학점 이상만 되면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 차상위계층 이상의 저소득층 입학자에게도 등록금 면제(입학생의 3%)와 무이자 대출 혜택이 지원된다.

박유성 고려대 입학처장은 "기회균등할당제를 11%까지 확대하고 2학년까지 전액 장학금을 주는 등 많은 혜택을 주면, 학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릴 것"이라며 "지방대는 학생 모집에 있어서는 혜택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갑일 명지대 입학관리처장은 "정원외 모집이라 지방 학생들의 수도권 집중 우려가 든다. 수도권 대학이 지방대 입학정원까지 '뺏어오는' 형국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취지와 달리 정원외 모집이 일종의 특혜가 될 수 있다"면서 "교육부가 무게중심을 잡고, 학생부 반영이나 학생 선발의 대원칙을 지키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부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정원외 모집이기 때문에 우수학생에 대한 '역차별'로 볼 수는 없다"면서 "오히려 소외계층에 대한 국가적 배려와 교육기회 제공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부 지침이 확정되면 그 취지를 십분 살려 입학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고유한 동국대 입학처장도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 중 고학력, 전문직에 종사하는 부모가 많은 상황에서 부모 능력과 관계없이 능력있는 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는 것은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며 "다만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담보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산 증액 '환영'.. 규모 늘리고 조달책 제시해야
현재 3조7,000억원 규모인 고등교육 예산을 순차적으로 1조원씩 증액하겠다는 발표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폈다.

민병준 인천대 기획처장은 "재정 확충은 규모와 상관없이 바람직한 발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른 OECD국가에 비해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수삼 한양대 부총장은  "주요 사립대의 1년 예산이 1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며 "우리나라 대학들이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1조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최소한 OECD 수준의 재정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복 호서대 입학관리처장은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방침인지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으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고등교육 예산 규모를 5조7,000억원(2009년 이후)까지 늘리는 방침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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