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형주 대한수학회 ICM 2014 유치위원회장

박형주 대한수학회 국제수학자대회(ICM) 2014 유치위원장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 유치는 너무 이른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우린 자신 있다.”

‘대한수학회 국제수학자대회(ICM) 2014 유치위원회’의 사령탑을 맡은 박형주 유치위원장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2010년 인도 개최에 이어 아시아가 두 번 연속으로 유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생각은 패배주의일 뿐”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ICM은 국제수학연맹(IMU) 주최로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수학분야 세계 최대 학술대회다. 대회에는 4000여명의 전세계 수학자가 모이고, 개막식에서는 개최국의 국가원수가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여하는 전통으로 유명하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문화적 파급 효과가 상당한 것은 물론, 세계 수학계에서의 위상도 대폭 상승한다.

박 위원장은 이와 관련 “한국 수학의 역량은 지난 달 IMU가 한국의 국가등급을 II에서 IV로 두 단계 상향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미 검증되었다”고 설명했다. 등급이 한 번에 두 단계 상승하는 것은 유례없던 일이라 당시 IMU 회원국 사이에 상당한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IMU는 한국 수학을 인정했다. IMU 전 일본수학회장단 가슈하라 교수는 “한국은 최상위 등급인 V등급도 가능하다”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박 위원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ICM 개최로 다시 한 번 한국 수학계가 재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4 대회개최를 놓고 우리와 경쟁할 상대는 브라질과 캐나다. 하지만 캐나다는 이미 두 번이나 대회를 개최, 브라질과 맞설 확률이 더 높다. 박 위원장은 브라질과의 경쟁에 대해 “‘막상막하’가 될 것”이라며 어려운 싸움을 예고했다.

“브라질과 우리는 9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다. 논문수도 한국 389편, 브라질 340편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IMU 회장 출신이었던 브라질 수학자가 있다는 것도  우리에게 상당히 불리하다. 하지만 브라질은 범죄율이 높고 안전치 않다는 약점이 있다. 이것을 잘 활용할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이와 함께 유럽편향의 ICM 개최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점도 강조할 계획이다. 아시아의 수학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IMU에서는 저평가 받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겠다는 뜻이다.

“IMU가 한국에 대해 그동안 잘 몰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등급이 두 단계 오르면서 많이 알려졌다. 이를 기반으로 저평가된 아시아의 힘을 보여줄 예정이다. 아시아권에서의 한국 수학의 발전을 무기로 내세우고, 중국이나 일본, 인도 등 아시아 나라들과 공동전선을 펼 계획이다.”

이런 전략을 밀어줄 ‘지원사격팀’도 이미 구성했다. 민경찬 연세대 교수를 필두로 김종민 문화부 장관, 조용승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을 비롯, 다수의 수학계 원로들이 유치자문위원회에 포진했다. 개최에 필요한 자금은 대략 25억원에서 30억원 정도. 유치위원회가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때 유치자문위원회는 재정적인 지원을 비롯해 부차적인 문제를 뒤에서 책임진다. 이른 바 ‘쌍두마차’ 체제인 셈이다.

대회 유치가 결정되는 때는 2010년 8월이지만, 박 위원장의 머릿속에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필즈상을 수상하는 그림이 이미 그려져 있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