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정책 논란에 뒷짐… 청와대 뜻 대학에 일방 하달만

내신 반영률 확대와 기회균등할당 전형제도를 둘러싸고 교육계는 물론 우리 사회가 온통 논란에 휩싸여 있는데도 정작 교육부총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과의 사전 정책 협의나 조율 없이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면서 대통령의 뜻을 하달하는 업무 스타일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교육부장관을 지낸 학계 원로들조차 교육부총리가 학자 시절의 소신을 버리고 청와대에 너무 휘둘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기사 2·3면>

교육부 수장(1995∼1997년, 2003∼2005년 재임)을 두 번이나 지냈던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는 지난달 2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부가 청와대에 왜 휘둘리는가”라며 한탄했다. 그는 “교육은 이념에 의해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라며 “교육만을 생각하고 외부 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설립의 산파역할을 했던 조완규 전 교육부장관(1995~1996년 재임)은 지난달 28일 대교협 창립 25주년 기념식에서 “청와대에서 훈시 듣는 총장들의 모습이 참 딱하다”며 “내가 교육부 장관 시절 총장들에게 억지로 성명서를 발표하도록 해 거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내신 50% 반영’을 앞장 서 요구하고 있는 김신일 교육부총리에 대한 불만을 간접 표출한 것으로 읽힌다.

박순용 연세대 교수(교육학)는 “김신일 장관의 취임 이후 행보는 학계의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며 “3불정책 등 각종 현안에 자기 목소리를 내거나 대학·학계와 의견을 교환하지 못하고, 그저 정권의 입장 대변에만 급급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학계 쪽 의견에 아예 귀를 닫은 것으로 보인다”며 “장관 취임시 기대했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며 실망을 나타냈다. 

조전혁 인천대 교수(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공동대표)는 “한일합방이 ‘국치일’이라면, 대통령과 총장들의 토론회가 열린 날은 학계의 ‘학치일’이다”라며 “김신일 부총리는 지난해 자신이 집필했던 책을 다시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부총리는 지난해 펴낸 <서울대 김신일 교수의 교육생각>이란 저서에서 “교육문제에 관한 논의가 전문학자나 관료들에 의해 독점되면 한 나라의 교육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며 “각계각층의 국민들,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세대가 교육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발언해야 교육이 건강하게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이 김신일 교육부총리의 무소신에서 비롯되었기 보다는 정치 구조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려대 사범대학장을 지낸 권대봉 교수(교육학)는 “교육이 잘 되려면 교육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김신일 부총리가 학자 일 때 가졌던 소신과 다른 주장을 펴는 것은 정치권력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교육부의 처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강대의 한 보직교수는 “장관으로서 대통령의 생각을 따를 수밖에 없겠으나, 자신이 교직에 있을 때 가진 교육철학과 뜻이 다른 정권에는 몸을 담그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학팀 new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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