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간브리핑]"내신 반영률 높이면 사교육비 줄어든다더니..."

지난 6월 30일 ‘분당의 대치동’이라는 서현동 학원가 근처의 A고등학교. 이 학교 2학년 한 교실에서 “이번 기말고사 기간에 내신학원에 가는 사람?”이라는 질문에 전체 35명의 학생 중 25명이 손을 들었다. 한 반의 70%가 넘는 학생이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기말고사를 대비해 ‘내신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이 반 담임인 정모(30) 교사는 “수업 들어가는 서너 반에 같은 질문을 했더니 상황은 비슷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학원가 근처에서 만난 이 학교 2학년 김모(17)양은 이번 시험기간에는 학원에서 만든 ‘내신특강’을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이번에 교육부에서 내신 50% 반영하라는 말을 하고 나서 학생들이 학원 선생님에게 기말고사 기간에 내신 대비 수업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지난 5월 중간고사 때만 해도 학원에 “시험 기간에는 혼자 공부할 시간이 필요하므로 휴강을 해달라”고 요구했었다. 내신이 중요해진다고 하자, 학생들은 혼자 공부하기보다 학원의 ‘족집게식 강의’에 집착하는 것이다.

사설학원 중에는 영어·수학 등 특정분야 강의를 주로 하거나 원래 내신 강의를 전문으로 하는 학원들로 구별된다. 하지만 최근의 ‘내신 특수(特需)’ 현상에 따라 전자(前者)의 경우 내신강의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 정부가 2008학년도 입시안 등의 교육정책을 통해 주장한 것 중 하나가 내신강화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강화한다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초 시작된 ‘내신대란’ 사태 이후 내신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이 높아져 학원가에서는 최근 1학기 기말고사를 대비해 내신학원 찾는 고등학생 수가 늘고 있다. 내신 반영률을 높이면 사교육비가 줄어들어들 것이라는 정부의 말과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분당뿐 아니라 서울 대치동이나 강북 주요 학원가에서도 이번 기말고사를 대비해주는 ‘내신강의’가 유행이다. 서울 노원구 S고 근처에서 수학학원 강사로 일하는 최모(40)씨는 “내신 50% 실질 반영하라는 교육부 발표 이후 학원가 전체에 내신 강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평소에는 수강 학생들 수준별로 강의를 했지만 최근에는 기말고사에 맞춰 학생들을 다니는 학교별로 나누어 학교별 내신강의를 했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에 있는 수학학원 강사 윤모(32)씨도 “예상외로 최근 기말고사 대비반 학생수가 작년보다 1.5배는 늘었다. 내신 반영률을 높이라는 정부 대책이 나온 뒤에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내신 강좌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또 있다. 같은 사교육비를 들였을 때 가장 효과가 잘 드러나는 것이 내신 대비 강좌이기 때문이다. A대입 전문학원 원장은 “내신 시험은 철저히 ‘암기식’이고 범위도 정해져 있어서 ‘찍기식’ ‘완전암기식’ 강의 효과가 가장 높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학원 원장은 “학생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야 풀 수 있는 문제의 형식을 나열해 보면 논술, 수능, 내신 순”이라며 “간단히 말해서 내신 문제가 가장 쉽고, 학원 다니는 효과도 빨리 나타난다”고 말했다.

전 국가교육기관 연구원 김모씨는 “내신을 강조하면 학교교육이 정상화된다는 것은 증거 없는 선언에 불과하다”며 “2004년 내신을 강조한 2008학년도 대학 입시안이 나온 이후 전체 사교육비가 줄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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