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교수평의회(의장 이상조·이하 교평)는 최근의 입시정책 논란에 관해 ▲입시전형 결정은 대학 고유의 권한으로 ▲재정적 규제를 담보로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며 ▲정부는 ‘도덕성’을 잣대로 ‘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3일 발표했다.

교평은 “대학의 특성과 철학에 따라 학생 선발을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입시전형의 기준과 세칙도 ‘획일화’ 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의 정부·대학간 갈등은 ‘학원 자율성’이라는 교육철학의 근본 원칙을 검토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 해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정적 규제를 담보로 한 대학의 발목 잡기는 그만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평은 “학문과 교육이란 대학의 본질적 기능 이외의 정치 이데올로기나 행·재정적 조치를 개입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대학이 지키고자 하는 정체성과 책임감을 정부는 신뢰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교평은 또 “정부는 입시정책을 두고 ‘도덕성’과 ‘경쟁력’이란 두 가치를 대립적으로 설정, 도덕성을 대학 운영에 대한 제재의 근거로 제시하는 우를 범했다”고 평했다. 교평은 “양 개념은 상호배제적이지 않은 보편적 지향점”이라며 “어느 한쪽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양자를 동시추구하는 방안에 대한 정부와 대학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2008학년도 대학 입시 정책 논란에 대한 연세대학교 교수평의회의 입장

 

입학 전형은 대학 고유의 임무이자 권한이다. 각 대학은 자신이 가르칠 학생을 그 대학의 특성과 철학에 따라 선발해야 하며, 따라서 입시 전형 기준과 세칙 또한 획일화 될 수 없는 성질의 영역임을 확인하는 바이다. 대학 발전과 특성화의 기초가 되는 학원 자율성의 기본 원칙은 대학과 정부 양측에 의해 인정되고 존중되어야만 한다.

대학 입시 정책을 둘러싼 최근의 관?학 갈등은 대학 자율성은 물론, 교육 현실 전반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심각한 사안으로서, 이는 2008학년도 전형안에 국한된 근시안적 타협안으로써가 아니라, 교육 철학에 대한 관?학 양측의 근본적인 검토와 합의로써 타결되어야 할 것이다.

총장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언급한 ‘도덕적 가치’와 ‘경쟁력 전략’은 21세기 대학과 사회 공통의 보편적 지향점일 뿐, 결코 별개의 상호배제적 목표일 수가 없다. 사회에 대한 도덕적 책임의식이 배제된 발전 전략은 허용되지 않으며, 경쟁력을 상실한 도덕의식 또한 유효하지 못하다는 사실에 대해 대학은 망각한 적이 없다.

도덕성과 발전이라는 두 개념이 대립적 가치로 설정되어 대학 운영에 대한 제제의 근거로 제시된 현실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만약 오늘의 우리 대학이 어느 한 쪽으로의 편향된 방향성을 고집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면, 혹은 일관된 원칙 없이 사회 여건에 따라 표류하는 것처럼 여겨졌다면, 이는 대학과 정부가 공동의 책임으로 삼아 자성해야 할 문제이다.

대학은 교육하고 연구하는 기관이다. 동시에 의식 있는 지성을 함양하는 기관이다. 대학의 정체성과 책무에 대한 구성원 모두의 근본 인식을 정부는 신뢰해주기 바란다. 학문과 교육 이외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대학 운영에 적용하거나, ‘도덕적 가치’와 ‘경쟁력 전략’을 구분하여 서로의 견제 수단으로 전락시키지는 말기 바란다. 무엇보다 재정적 규제를 담보로 한 관·학 대립 구조를 강요하지 않기 바란다.

최근의 사태를 계기로 대학과 정부는 상호 인정과 협조 하에서 서로의 본분을 재점검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이상과 철학에 대한 구성원 모두의 합리적 합의가 요구되는 때이다. 2008학년도 입시의 당사자인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고충을 이해하면서, 그 입장을 모든 논의의 최우선 조건으로 존중하지 못하고 있는 현 사태를 반성한다.       
     
       
                                                   2007년 7월 4일 
                                   연세대학교 교수평의회 의장 이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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