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회 반발 확산…고려대 교수의회 결과 따라 타 대학 영향 줄듯

재정지원을 무기로 한 정부의 내신 정책에 대해 교수사회도 반발하고 나섰다. 연세대 교수평의회가 3일 이례적으로 비판성명을 발표한 데 고려대는 4일 오후 1시 교수의회를 열어 정부 입시정책에 대한 토론회를 갖는다.


고려대는 수능 우선 선발제 등 그간 2008대입제도와 관련한 주요 대학의 움직임을 주도해온 데다 서울대도 10일쯤 성명을 낼 것으로 알려져 이날 고려대 교수의회 결과는 다른 대학 교수사회의 움직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교수평의회는 3일 “입학 전형은 대학 고유의 임무이자 권한이며 입시 전형 기준과 세칙은 획일화될 수 없는 성질의 영역임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교육부의 내신 50% 반영 요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교수평의회가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평의회는 “대학 입시 정책을 둘러싼 최근 관·학 갈등은 대학 자율성은 물론 교육 현실 전반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는 2008학년도 전형안에 국한된 근시안적 타협안으로서가 아니라 교육 철학에 대한 관·학 양측의 근본적인 검토와 합의로서 타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최고의결기관인 최고평의원회도 이날 본회의를 열고 조만간 입시정책에 대해 의견을 내기로 했다. 박성현 평의원회 의장은 “서울대는 입시 계획을 미리 세우고 통계 분석까지 마친 뒤 입시안을 확정해 발표했는데 이제 와서 바꾸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다음 주 중으로 단과대 대표 교수가 참석하는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교육부의 서울대 입시안에 대한 제재 방침에 대해 의견을 모아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교수단체들도 들고 일어섰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상임회장 류진춘 경북대 교수)와 전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사장 최영철 단국대 교수)도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있는 입시방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교수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청와대가 초청한 대학총장 토론회에서 학문의 수장인 대학 총장들을 우리 사회의 약한 자, 소외된 자를 핍박하는 집단으로 표현했다”며 “정치적 권력으로 학문의 존엄성과 교권을 훼손한 것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에는 45개 대학, 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에는 87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고려대도 4일 교수의회를 열어 ‘내신 실질반영률 50%’ 수용 여부를 놓고 난상 토론을 벌인다. 내신실질반영률 50%를 지키지 않는 대학에게는 재정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정부 방침이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지를 논의한다. 정부 입시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채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에 이어 고려대 교수들까지 비판 성명을 발표할 경우 이들 대학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다른 대학들에게 큰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 관계자는 “고려대 교수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따라 내신 갈등이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정부-대학의 내신 갈등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과 따로 만날 예정이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부총리는 4일 오전 7시 서울 마포 서울가든호텔(구 홀리데이인서울) 2층 아스카룸에서 대교협 회장단과 조찬 간담회를 갖는다.


교육부에서는 김 부총리를 비롯해 서남수 차관과 김광조 차관보, 황인철 대학지원국장이 배석한다. 대교협에서는 이장무 회장(서울대 총장)과 부회장을 맡고 있는 나용호 원광대 총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최현섭 강원대 총장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신 논란이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가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만큼 구체적으로 합의된 해결책은 나오지 않더라도 어떤 방향으로 가자는 정도는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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