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전문대는 현재 고등직업교육기관 중 절대 다수다. 134개교가 있는 전문대는 산업대 2개교, 폴리텍대 34개 캠퍼스에 비해 고등직업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고등직업교육기관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전문대 육성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도 강조된다. 

하지만 134개 전문대 중 사립이 94%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립은 7개교, 국립은 1개교로 사립에 비해 그 수가 적다. 2000년에는 전체 전문대 158개교 중 국·공립이 16개교였다. 하지만 이후 일반 국립대와의 통합이 이뤄지면서 국립 전문대는 1개교만 남았다. 고등직업교육기관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이 강화하기는 커녕 오히려 국가의 책무성을 저버렸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정권 초기에는 전문대에 대한 국가책무성을 강조하는 정책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박근혜정부 초기인 2013년 7월 18일에는 ‘전문대학 육성 방안’이 제시됐다. 학벌사회를 타파하고 능력중심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전문대 육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를 강하게 밝혔다. 또한 일반대에 비해 차별적으로 적었던 정부재정지원 문제를 지적하고 바로 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박근혜정부의 조치는 기존에 시행하던 사업을 새롭게 바꾸는 정도에 그쳤다. 실질적인 재정지원 규모에 큰 변화는 없었다.

문재인정부도 국정과제 52번 ‘고등교육의 질 제고 및 평생·직업교육 혁신’의 과제 목표 중 하나로 ‘국가 직업교육 책임강화 및 성인평생학습 활성화’를 언급했다. 세부 주요내용으로 ‘2017년 전문대 지원확대 방안 마련’ ‘2019년 공영형 전문대 운영을 통해 전문대를 직업교육 지역거점으로 육성’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출범 3년 6개월이 지났지만 획기적인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였으면 전문대학에 대한 지원이 대폭 늘어나고, 2019년에 이미 공영형 사립 전문대 모델이 실현됐어야 했다.

전문대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이 얼마나 미흡한지는 10월 13일 강득구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잘 나타난다.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 대비 일반대의 경우 68%, 전문대의 경우 46.6%에 불과하다. 일반대도 매우 적지만 전문대는 OECD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이다.

전문대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과 공공성을 확보·강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법으로 먼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들 수 있다. 이 방법은 일반대를 포함해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은 사업 중심 지원에서 탈피해 안정적인 재정 확보와 등록금 경감, 공공성과 민주적 대학자치 강화, 대학 간 균형 발전을 통한 고등교육생태계 건실화를 도모해 대학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마련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단계적으로 고등직업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해 교부금을 지원하는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부터 제정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방법도 당장 실행하기 어렵다면 더 낮은 지원방법으로 ‘공영형 사립 전문대’를 먼저 육성해 점진적으로 국가의 책무성과 공공성을 강화해 가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공영형 사립 전문대의 육성은 고등직업교육기관에 대한 국가책무성을 확립하고 강화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점, 사립 전문대의 공공성을 강화해 가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고등직업교육은 국가의 책임 하에 이뤄지며, 그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고등직업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서 공공성을 강화해 사회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육성이 필요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정부 내에 전문대 육성에 대한 국가책무성을 강화하는 출발점의 토대를 구축할 수 있길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