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는 ‘비전이 있는 조직은 90% 이상이 성공한다’고 말했습니다. 지방대의 습관적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새 희망을 심는 것이 절실합니다. 

미국의 리드대는 교양 특성화, 일본 나고야가쿠인대는 해외유학 특성화, 스웨덴 IT대는 산학협동 특성화로 틈새 시장을 개척했지요. 동신대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자신이 있습니다"

15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정기언 동신대 총장의 첫인상은 ‘온화한 카리스마’로 요약된다. 강력한 리더십에 기반한 정책 추진보다는 합리적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며 구성원을 설득해온 지난 1년이 이를 입증한다. 대학의 비전과 이에 바탕한 발전은 구성원들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지난 4월 개교 20주년 기념식에서 선포한 ‘동신비전 2020’은 그의 평소 교육신념에서 나온 결과물. 2020년까지 학문분야 특성화·교육프로그램 차별화의 실천전략을 통해 국내 최고수준 교육중심대학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또 다른 경쟁 패러다임을 구축해 지방대의 약점을 극복하고 블루오션을 찾겠다는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정 총장은 임기가 끝나는 2010년까지 동신대를 호남지역 최고 수준의 교육중심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힘줘 강조했다.

다음은 정기언 동신대 총장과의 일문일답.

- 취임 1년이 됐다. 그간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지난 4월, 개교 20주년 기념식에서 2020년까지 최고수준 교육중심대학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의 ‘동신비전2020’을 발표했다. 그 자체보다는 비전을 만들어내기까지 구성원들이 위기를 실감하고 머리를 맞대온 과정이 중요했다. 비전은 하나의 표현일 뿐,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대학 내에 확립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평가하고 싶다.”

- 교육부 관료로 있을 때와 다른 점이 있는지.
“입학자원 부족에 따른 어려움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대학의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만, 정부 정책도 변해야 한다. 종전의 수도권 또는 일류대 위주의 정책적 마인드가 지방대의 특수성을 감안하고 배려하는 방식으로 변경돼야 한다. 

학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학의 자체적 노력이 중요하다. 조직 시스템을 정비해 행정서비스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교수·학생·직원에 대한 ‘트라이앵글 투자’를 했다. 특히 교육중심대학으로의 발전을 위해 교수학습지원센터 역할을 대폭 강화했다. 또 다양한 학생지원 프로그램과 직원능력계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 교육중심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한 세부방안은.
“교육중심대학을 표방하고 있지만 한의과대학 등 필요한 분야는 연구에도 중점 투자하고 있다. 전체적 방향을 ‘학생 교육’으로 잡겠다는 뜻이다. 

대다수 대학들이 우수 학생 선발에만 집중할 뿐 정작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 자체에는 많은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 동신대는 학부생 교육과정에 집중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교육내용이나 대학행정의 차별화를 통해 제대로 된 인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차별화된 교육과정으로 ‘동신 드림’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보충심화학습 ▲해외연수 ▲동신인증 ▲공학인증 ▲봉사활동인증 ▲리더육성 ▲산학연계 교육 ▲취업촉진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학생교육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이 뒷받침 돼야 ▲문화관광 ▲보건복지 ▲바이오 ▲에너지 등 학문분야 특성화도 튼실해진다. 취업지원책과 병행해 학생들에게 동신대 교육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고 있다. 향후 입학자원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 대학발전을 위한 모금 계획은.
“수도권 소재 대학과 지방대는 입장이 다르다. 역사도 그렇고, 연구중심대학들은 재정도 많이 필요하고 도움 받을 수 있는 데도 많다. 반면 지방대는 외부 발전기금 모금이 힘든 여건이다. 올해 총동창회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동창회를 중심으로 한 외부 기금 모금을 확충할 계획이다.”

- 호남지역 입학자원 부족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동신대 법인 재정은 상대적으로 건실한 편이다. 그간의 입학정원 감축과 학과 통폐합 등을 통해 큰 문제는 없다. 한의과대학의 경우 광주·전남지역에서는 동신대가 유일하다. 때문에 우수학생 유치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편이다. 다른 학과들도 자율 조정을 통해 특성화하고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예를 들어 동신대에는 영문과·국문과가 없다. 대신 관광영어과·한국어과가 있다. 전통적 학문분야에 집착하기보다는 실용적 개편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을 근간으로 2010년 호남지역 최고수준의 교육중심대학으로 우뚝 설 계획이다.”

정기언 총장은=1954년2월 전남 진도 출생으로 중앙고(72년)와 서울대 사범대(76년)를 졸업했다. 행시 19회(76년)로 공직에 입문한 뒤 충북대와 서울대 사무국장을 지냈다. 대통령 교육비서관(2001)에 이어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2003년)에 올랐다. 차관보 시절 '2008학년도 새 입시안'의 밑그림을 만드는데 힘을 보탰다. 2004년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을 거쳐 지난해 동신대 총장에 취임했다. 현재 EBS 비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담 : 이인원 회장·사진 : 한명섭 기자·정리 : 김봉구 기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