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은 창간 13주년을 맞아 교육계 전문가들로부터 대학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는 지상좌담을 마련했다. △대학시장 개방과 대학구조조정 △사립학교법 개정 논란과 분규사학 △교수재임용제와 교수노조 합법화 논란 △국립대 발전계획과 지방대 육성 방안 등 대학가 현안을 주제로 마련된 이번 좌담에는 이수오 창원대 총장, 김윤자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노종희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 김윤길 전국대학노동조합 부위원장 겸 정책위원장 등 전문가 네명이 참석, 대학개혁이 시급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편집자> -. 대학 지원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최근에는 고교 졸업생이 해외대학으로 바로 입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교육시장 변화에 대한 우리 대학의 대처방안이 있다면. △이수오 총장= 2003년이 되면 진학 희망자의 숫자가 대학정원보다 적어져 문을 닫는 대학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교육시장 개방, 지식기반사회로의 급속한 진입, 2002학년도부터의 새 입시제도, 평생교육의 확대 등 새로운 패러다임 앞에 국내 대학의 설 땅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 고객이 매력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좋은 대학을 만들기 위한 교수, 직원, 학생 등 구성원 스스로의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수요가 없는 학과부터 사회의 요구에 맞는 새로운 교육내용을 가지고 변신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공룡이 지구상에서 멸종한 과정을 우리는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윤자 공동의장= 안식년을 마치고 돌아온 교수중 대부분이 부인과 자녀들을 현지에 두고 와 충격을 받았다. 자녀들 교육 문제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교육개혁을 일부 교육관료들, 사학법인들을 중심으로 해 왔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 이제라도 교육예산을 확보하고, 교육개혁을 제대로 해야 한다. 우선 공교육을 정상화시켜 학생들이 국내대학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 대로라면 우리 나라는 앞으로 학문재생산 못한다. 당연히 교육재생산, 기술재생산이 안될 것이며, 경제 자립구조는 점점 더 멀어진다. 교육이 자기생산을 못하는데 어떻게 경제가 자기생산을 할 수 있겠는가. △노종희 교수= 대학시장 개방은 어쩔 수 없는 대세다. 지금은 시장 개방을 걱정하기 보다 어떻게 하면 대학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할 때다. 우선 학사행정 등 대학 시스템을 선진화해야 한다. 과거 대학 본부가 중심이 돼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나머지는 따라가는 시스템에서 대학구성원은 물론 동문 산업체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추진하는 시스템이 돼야 할 것이다. 또 학제 학점 커리큘럼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국제 표준에 맞추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외국대학들이 들어오는 초기에는 비용이나 위험부담이 적은 인문·사회·예체능 계열의 교육 중심 대학이 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이수오= 대학은 새로운 지식과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이므로,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지역의 경쟁력은 그 지역 대학의 경쟁력에 좌우될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서 학문의 균형있는 발전, 학문 후속세대의 양성이라는 대학본질의 기능을 간과해서는 안되겠지만 모든 학문분야를 골고루 발전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제 대학은 양적팽창에서 벗어나 질적향상을 꾀하며, 똑같은 대학에서 벗어나 학문분야의 특성화를 먼저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화를 과감하게 추진해 외국대학으로부터도 학생과 교수를 수용할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 IMF 이후 '구조조정'이란 구호가 우리사회의 화두로 제기되면서 각 대학에서 앞다퉈 구조조정을 벌여 왔다. 공과를 평가해 본다면. △노종희= 구조조정에 있어 대학이 예외일수도 예외가 돼서도 안 된다. 국·공립대에서는 이를 '내부혁신 사업' 등의 명칭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립대는 기업에서처럼 기구축소와 인원감축에 맞춰져 있다. 대학 전체적으로는 경쟁개념 도입으로 많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 업적 평가제, 강의평가제 연봉제 등으로 교육 및 연구에 있어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도서관을 이용한다든지, 사이버대학 등을 통해 교육과정을 공유하는 등 비용절감을 위한 노력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교육대와 사범대 통합문제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 또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김윤길 부위원장= '구조조정'이 근거한 '신자유주의 시장경제 논리'가 대학 발전에 기여한 부분도 있다. 소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학사회에 고착돼 있던 관료주의적 시스템을 뒤흔들어 나눠먹기가 아닌,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고, 그 선택은 사회적 수요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대학사회에 충격을 가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학의 구조조정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구질서에서 형성된 대학의 권력을 재생시키는 역할을 했고, 이는 대학사회의 경직성과 권위주의를 강화하는 측면으로 흘렀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본다. 구조조정이 성공하려면 대학 구성원이 합의한 민주적 권위가 형성돼야 하며,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힘은 이같은 민주권력에 부여해야 할 것이다. △김윤자= 우리 대학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누구나 문제의식을 같이한다. 문제는 어떤 구조조정이냐, 어떤 개혁이냐는 것이다. 사학법인은 자율성을 달라고 하면서 그 자율을 법인의 자율성으로 해석하고 있고 교직원 학생단체들은 대학 구성 주체들의 자율성 확보로 해석하고 있다. 그 동안 교육부와 재단에 집중돼 있는 의사결정구조를 바꾸라는 것이다. 재단 전입금도 제대로 안내는 사학이 수두룩하면서도 의사결정구조에서는 거의 전횡을 휘두른다. 이러한 재단의 전횡을 바꿔내는 것이 구조조정의 출발이라고 본다. 의사결정구조가 민주화된 연장선상에서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개혁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수오= 오늘날 대학은 국내외적으로 급속한 변화의 물결에 직면하고 있는바 세계화, 정보화, 지방화, 교육시장의 경쟁심화 등이다. 정보화의 급속한 진전은 대학의 연구와 교육의 패러다임을 지식중심주의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때에 대학이 더욱 경쟁력있는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구조조정은 변화의 시작점이요, 위기의 전환점이란 차원에서도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육의 특성과 학문발전보다는 경제논리로만 구조조정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 특히 각 대학이 동일학문이나 전공을 개설해 생기는 학문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해 향후 국가 인력수요에 대한 분석과 예고적 지표 등을 근거로 해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다시말해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역할분담체제 구축을 위한 장기적이고 일관성있는 육성정책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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