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한미 대선까지는 진전양상 보일 것"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에 납치돼 그중 한 명이 살해된 사건과 관련해 외무부장관 등을 역임한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가 정부의 대처 방식을 정면 비판했다.

한 총장은 26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최고경영자대학'에서 '전환기 세계 속의 한국: 도전과 과제'에 관해 강연하기에 앞서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한 뒤 이 사태와 관련해 몇가지 교훈을 깨우쳐야 한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2003년 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납치돼 살해된 후 이라크에 대한 우리국민의 입국금지 조치가 취해졌지만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면서 "선교와 자선, 외교, 교육 등 활동 내용에 따라 금지할 것은 금지하는 등 조치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 총장은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 이후에야 입국금지 조치가 취해졌으나 결국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이 되고 말았다"면서 "결과가 불을 보듯 뻔한데 (김선일씨 사건이후) 지금까지 기다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유사사태에 대비해 우리 외교력을 다지고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미국 등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했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이밖에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과 관련해 외교가 얼마나 중요한가, 혼란스러운 외부의 정보에 의존해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몹시 어렵다는 점, 외교문제는 확실한 목표를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많은 경우에 딜레마에 처한다는 것 등을 교훈 또는 시사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 총장은 "북미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미 대통령 선거까지 1년 남짓의 기간에는 근본적인 해결까지는 아닐지라도 어느 정도의 진전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북핵문제에 대처하는 기본적인 방향이 △나쁜행위에는 보상하지 않는다 △양자협상은 하지 않는다 △핵 완전 철폐시에만 북한을 지원한다 △당근보다는 채찍을 강조한다는 것이었으나 이런 원칙들은 2.13 합의 이후 깨졌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이라크에 군사력이 묶여있고 임기말 레임덕에 처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업적을 남길 필요성이 있으며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상황에서 핵무기의 완전 철폐보다는 향후 더많은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한 총장은 분석했다.

한 총장은 이같은 미국의 입장 선회를 '전략적 결정'이라고 지칭하면서 "북한의 핵이 미국보다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에 더 위협적이고 주변국들이 남북한과 모두 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만 남한 일변도의 관계에 매달리고 싶지 않은 것도 한 이유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장은 "북한으로서도 중국과의 관계에서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러시아를 이용해 왔으나 앞으로 미국도 이용하겠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은 한미 대선까지는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조금씩 양보해 자신들을 도와주려는 측을 지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총장은 "결론적으로 향후 1년 남짓 북핵문제는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겠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이 문제 때문에 밤잠을 설칠 필요는 없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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